돈 앞에 고래상어조차 길들여버린 인간의 무신경함 바다 갈증

세부 릴로안 해변에서 가까운 오슬롭은 몇 년새 고래상어(whaleshark) 출몰지로 명성을 떨치게 된 지역입니다. 고래상어는 성체가 18m까지 이르는 지구상에서 가장 큰 물고기인데다 순한 성품 때문에 바닷속에서 꼭 마주쳐보고 싶은 바다생물 중 하나지요. 멸종 위기종이라고는 하지만 아직도 필리핀에서는 고래상어를 만날 수 있는 몇몇 포인트들이 존재하긴 합니다. 그 중 한 곳이 지난번에 다녀온 돈솔이었고요.

그런데 오슬롭에서는 거의 99.9프로 고래상어를 목격할 수 있다는 소문이 들렸습니다. 그리고 직접 가서 본 오슬롭의 풍경은 충격이자 슬픔이기도 했지요.

릴로안의 대부분의 리조트에서는 오슬롭 고래상어 투어를 나갈 수 있습니다. 스쿠버 다이빙이 아니라 스노클링만으로도 고래상어를 볼 수 있고요. 대신 별도의 요금을 지불해야 합니다. 다이버들은 인당 1500페소(약 4만 5천원), 스노클러들은 1000페소(약 3만원)의 요금을 내야 하지요.

오슬롭 지역에 도착하면 이렇게 조그마한 방카 보트들이 여러개 떠 다니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습니다.    

방카 보트는 부표와 함께 쳐 놓은 선 안에서만 뱅글뱅글 돌아다니고 있고요. 투어 보트들은 그 바깥쪽에 배를 세우고 다이버들과 스노클러들은 장비를 장착하고 그 선 안으로 들어갑니다.   

이렇게 어부가 있는 방카 보트 근처로 다가가서.. 물 아래쪽을 내려다보자 믿을 수 없는 풍경이 펼쳐집니다.  

마치 강아지가 어미를 찾듯, 거대한 고래상어가 방카 보트 아래를 졸졸 따라다니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몹시 거대하기는 하지만, 크기로 따지면 분명 아기 고래상어쯤 되어 보이는 녀석들이었지요.

어부들은 보트에서 크릴 새우를 한 무더기씩 던져주고 있었고, 고래상어는 물과 함께 그 새우들을 들이키고 있었던 것입니다. 배 하나 당 한 마리의 고래상어들이 따라 붙으니, 이 오슬롭 지역에서 볼 수 있는 고래상어만 여러마리가 되는 셈이었죠.   

그런데 뭘까요.. 돈솔에서 목격했던 고래 상어와는 느낌이 사뭇 달랐습니다. 돈솔에서는 플랑크톤이 가득한 물가로 고래상어들이 올라오는 걸 사람들이 쫓아다니면서 구경을 해야 했었지요. 물 빛깔 부터가 다릅니다. 돈솔의 물은 플랑크톤 등의 부유 물질로 인해 혼탁할 수 밖에 없었거든요.  

물론 맑은 물에 선명하게 드러나는 오슬롭의 고래상어들이 분명 보기에는 더 예뻤지만, 그리고 좀 더 작고 귀여웠지만..

마치 동물원에 같힌 동물들을 볼 때 느끼는 묘한 슬픔같은 것이 느껴졌답니다. 이 곳은 그물과 철망만 없을 뿐, 그저 인간이 고래상어를 사육하고 있는 사육장에 불과했거든요.

고래 상어 배 아래에는 서커피쉬(빨판상어)라 불리는 물고기들이

고래상어와 공생관계를 이루고 있습니다. 인간과는 불가능한 일일까요?

그러니 고래상어를 물 속에서 봤다는 것에 기뻐하기에는.. 어딘지 부족했습니다. 마치 수족관에서 예쁜 물고기를 만나더라도 바닷 속에서 만나는 느낌만 못한 것처럼..

필리핀 정부에서는 고래상어 투어로 돈을 벌 수 있다면 벌려고 할 겁니다. 오슬롭의 어부들 또한 살림살이 좀 나아졌겠지요. 그러나 이렇게 길들여진 고래상어는 괜찮은 걸까요? 고래상어 투어 과정에서 고래상어가 다치는 일도 생긴다고 하지만, 그것보다도 그들이 잃어버린 야생성이 왠지 서글퍼졌습니다. 환경단체에서도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고래상어 투어가 그리 쉽게 끝날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관광객 입장에서는 더 없이 훌륭한 볼거리이기도 합니다.

스쿠버 다이빙을 하면서 느끼는 위기감은 단지 고래상어 투어 뿐만은 아닙니다. 

어부들이 쳐놓은 그물에 걸린 물고기들..

주어진 환경에서 살아가려는 어부들의 생존 방식이 물고기들과의 공생으로 이어져야 할텐데 다이너마이트 피싱이나 무자비한 채취로 바다는 점점 황량해져가고 있지요. 필리핀의 여러 섬들을 2~3년 후 재방문 할 때마다 항상 실망감이 들었습니다. 많은 물고기들이 사라졌고, 바다 풍경 또한 눈에 띄게 변했더라고요. 물론 그나마도 관광객으로 붐비는 태국 일대의 섬보다는 훨씬 나은 수준이긴 합니다만..

바닷속에서 물고기 대신 떠다니는 쓰레기를 만나는 것도 점점 잦아지더군요. 조류가 조금 세게 흐르는 지역에서는 쓰레기가 마치 물고기 떼처럼 동그랗게 모여 떠 다니는 현상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아무리 바다가 넓고 너그럽다 한들, 이제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어지지 않을까..  

이 고래상어들은 언제까지 오슬롭에 머물까요? 더 자라면, 혹은 더 많은 관광객이 몰리면 떠나가게 될까요? 아니면 이렇게 영원히 길들여진 채로 살아가게 될까요?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들게 했던 오슬롭 고래상어 투어였습니다. 앞으로 바닷 속에서 고래상어를 만나게 된다면, 그냥 우연히 어쩌다가 깜짝 선물처럼 만났으면 하는 바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