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상처로부터 나를 끌어내 줄 사람 '이웃집 꽃미남' TV이야기

지난 1월~2월까지 tvN에서 방송했던 드라마 중 '이웃집 꽃미남'이라는 드라마가 있었습니다. 최근 공중파보다 tvN에서 방송되었던 드라마들의 퀄리티가 훨씬 더 나은 편이었고 '이웃집 꽃미남'에 대한 소문도 쏠쏠히 들려와서 봐야지 봐야지 벼르다가 드디어 보게 되었죠. 제목이 주는 가벼운 느낌과는 다른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인상적인 대사, 사랑스러운 캐릭터가 살아있는 좋은 드라마였습니다.

이 드라마의 원작은 다음 웹툰 '나는 매일 그를 훔쳐본다'라고 합니다. 그런데 웹툰에서 소재와 대략적인 줄거리를 차용했을 뿐, 분위기는 웹툰보다 훨씬 차분하고 진지합니다. 물론 일반적인 드라마보다는 가볍고 즐거운 느낌의 드라마이긴 해요.

대략적인 줄거리를 이야기하자면, 고등학교 때 선생님과의 거짓 스캔들로 왕따가 되는 고통을 겪었던 고독미(박신혜)는 집 안에서만 처박혀서 살아가는 은둔형 인간입니다. 그런 그녀의 유일한 낙은 낡은 아파트 맞은 편에 지나치게 가깝게 지어진 아파트에 사는 남자를 훔쳐보는 일입니다. 그러다 그 집에 그 남자의 사촌 동생이자 천재 게임개발자로 유명한 엔리케 금(윤시윤)이 잠시 머무르게 되면서 그녀의 인생은 복잡해지지요.

그녀를 가만히 두지 않고 자꾸 집 밖으로 끌어내려고 하는 엔리케 금(깨금이) 때문에 의도하지 않게 주변 사람들과 얽히게 되는 독미. 자기도 모르게 3년간이나 자신을 짝사랑하던 오진락(김지훈)과 그 주변 사람들과도 엮이게 되고, 고등학교 때 자신에게 상처를 줬던 당사자 차도휘(박수진)와의 불쾌한 재회도 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서서히 그녀는 변하게 되고요..  

일단 이 드라마를 보면서 가장 많이 든 생각은 "어디 깨금이 같은 사람 없나?"라는 거였어요. 깨금이는 대책 안서게 밝고 적극적인 사람입니다. 열리지 않는 문 앞에서 열어달라고 떼를 쓰고,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스타일이죠. 그런데 요즘 세상에 깨금이 같은 사람을 만나기는 정말 어려워요. 일단 이렇게 밝은 사람이 많지 않죠. 약간 조증처럼 느껴지는 성격이거든요. 

언뜻 무릎팍 도사에 나왔던 배우 유준상이 생각나요. 엄청나게 활력 넘치고 오버스럽지만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힘이 나게 하는 스타일이었던 것 같은데... 그런 사람이 옆에 있으면 저도 힘이 나서 으샤으샤 할 수 있을 것만 같더라고요. 

그와 동시에 깨금이를 보면서 제 마음의 문앞에 서서 깨끔이처럼 열어달라고 졸랐던 사람이 인생에 몇이나 되었을까 돌이켜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문을 두드리는 사람은 많았지요. 제가 먼저 열어준 적도 있었을 거에요. 그런데 상처가 많아지고 나이를 먹으면서 쉽사리 문을 열지 못하게 되어버렸어요. 상처받을까봐 지레 겁먹거나, 새로운 누군가를 알아가는 것이 귀찮아지거나, 왜 문을 두드리는지 의심부터 하게 되는 거죠. 그렇게 묵묵히 닫혀있는 문앞에 끝까지 다가와 문을 열게 만들었던 사람이 몇이었나.. 그리고 나는 누군가의 문을 그렇게 간절히 두드려 본 적이 있었나...

그러고 보면 저는 보여지는 것보다 훨씬 소극적인 사람인 것 같습니다. 제가 누군가의 문을 먼저 두드려 본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열리지 않는 문 앞에 서 있는 것, 아마 먼저 끊기는 전화를 서운해 하거나 떠나는 버스의 뒷모습을 섭섭해 하는 사람이라면 닫혀있는 문 또한 금방 포기하지 않겠어요?  

마음을 닫아 걸었던 고독미가 세상 밖으로 조금씩 나오는 발걸음, 그리고 그와 함께 발맞추는 깨금이의 성장은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연애란, 이런 것이어야 하는 게 아닌가. 드라마와 현실의 차이를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저도 이 드라마의 만남 같은 것이 현실이었다면 좋겠다고 생각될 만큼..

물론 은둔형 외톨이가 박신혜처럼 꽃미녀일리는 없고 앞집 옆집 뒷집의 남자들이 이 드라마처럼 꽃미남들일리는 없죠. 절대 현실은 아니지만 기분 좋아지는 꿈, 그리고 '관계'에 대해 배울 것이 많은 꿈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상처받지 않는 사람, 외롭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요? 과거의 사람이라고 미래의 사람이라고 현실의 우리와 다를까요? 그 정도는 다르지만 우리는 상처와 외로움을 동시에 안고 살아갑니다. 그것이 '나'를 만들죠. 그런 나를 온전히 내보여 줄만큼의 용기가 있을까요? 그런 사람이 한 사람쯤 있을까요? 굳이 연인이 아니더라도 가족이건 친구건 그런 사람이 단 하나라도 있다면 인생을 포기하는 일 따윈 없을 겁니다.

문득 김춘수의 '꽃'이라는 시가 생각이 납니다.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ps: 다른 배우들도 참 매력적이었지만 깨금이 역할을 선택한 윤시윤, 정말 제 몸에 꼭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물이 올랐더라고요. 오진락 역할의 김지훈은 찌질함에 약간 안습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