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개츠비' 개츠비는 도대체 왜 위대한가? 조조할인

극장에서 '위대한 개츠비'를 보고 나오면 대부분 두 가지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하나는 "데이지, 이 X년"이라는 생각과 또 하나는 "그런데 개츠비가 왜 위대한 거지?"하는 생각이지요. 저도 그 두 가지 생각에 하루종일 고민을 해보았는데요, 그럼에도 좀처럼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즉, 리뷰 쓰기가 너무나 어려운 영화였습니다.

그만큼 원작이 함축하고 있는 의미들이 많기 때문일 거에요. 다들 그 답을 얻고 싶은 마음들이 비슷한지 원작이 불티나게 팔린다고 합니다만, 저는 원작을 읽지 않고(오래전에 읽었지만 기억이 잘 나지 않고, 더더구나 내용을 온전히 이해했을 나이도 아니고 해서) 저 나름의 생각을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 스포일러 아주 많습니다. 영화 보신 분만 보세요. 물론 원작이 스포일러.

영화를 보고 나오는 사람들, 특히 많은 남자들은 "데이지, 이 X년"이라는 생각에 광분을 하게 됩니다. 마치 '봄날은 간다'의 이영애에게서 과거 자신에게 상처를 준 여자를 떠올리며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라는 유지태의 대사에 폭풍 분노를 하던 것처럼요. 정말 데이지는 둘도 없는 X년일까요? 

이 영화, 아니 원작은 개츠비를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닉의 입장에서 쓰여졌습니다. 데이지의 사촌이라고는 하나 여자의 입장에서 쓰여진 책은 아니지요. 누군가가 사랑에 빠지면 말이죠, 상대방을 극도로 미화하게 됩니다. 콩깍지가 제대로 씌이는 거에요. 그런데 그럴 때가 있잖아요? 친구가 사랑에 빠진 누군가에 대해 마구 미사여구로 묘사를 했는데, 직접 만나보니 기대만큼 대단한 사람은 아니더라.. 데이지가 바로 그런 사람인 것 같아요.

여자 입장에서 데이지를 보면 예쁘기만 할 뿐, 평범하게 속물적인 여자입니다. 개츠비가 자신의 꿈과 동일시 해 미화 시키는 바람에 성녀여야 할 것 같이 느껴지지만, 그건 개츠비의 시선을 따라가는 관객의 기대치일 뿐이죠.  

전 그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나라면 개츠비가 나타나기 이전에 바람을 피고 돌아다니는 남편 톰과 당장에라도 이혼할 것 같은데, 왜 이혼하지 않는 걸까 하고요. 그런데 실제로 제 주변의 위기의 커플들을 보면 그리 쉽사리 이혼을 못하더라고요. 경제적 이유든, 애 때문이든, 그간 살아온 정 때문이든.. 제 3자로써는 알 수 없는 이유로 불행한 결혼 생활을 꾸역꾸역 이어나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데이지도 그런 평범한 여자였던 것 뿐이에요.

순정을 바친 남자는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라고 외치겠지만, 사실 사랑은 시시각각 변합니다. 형태가 보이지 않지만 커졌다 작아졌다 색깔도 모양도 그 때 그 때 다를 수 있는 그 무엇이지요. 한 때라도 사랑했던 사람을 사랑했던 적이 없다고 부인도 할 수 있는 것이 사람의 마음인 거죠. 그러나 믿을 수 없는 '사랑'이라는 감정과 달리 '부부'라는 건, 좀 더 강한 연대의 느낌입니다. 데이지와 톰의 의기투합을 보면 "그래, 저런 게 부부겠거니" 하며 감정을 내려놓게 되죠. 데이지가 X년이라고요? 데이지는 그저 결혼한 여자였을 뿐인거죠. 

자, 그럼 개츠비는 왜 위대한가? 거기에 대해서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작가가 원했던 제목이 아니라 출판사가 정했던 제목이라는 이야기도 있어요. 비록 그렇다해도 출판사에서 그렇게 제목을 정했던 이유가 있을 것이고, 또 지속적으로 같은 제목의 영화가 만들어지는 이유도 있겠지요. '위대한' 개츠비라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이해하기 때문일 겁니다.

사실 개츠비의 순애보를 지켜보면 위대하다기 보다는 한심합니다. 무조건적인 순정이라고 해서 다 감동을 받는 건 아니에요. 개츠비는 몽상가에 가깝습니다. 몽상가가 꾸는 꿈은 대부분 여자를 힘들게 하죠. 개츠비는 온전히 데이지를 이해해 본 적이 없습니다. 단지 데이지가 상류층에 속해 있으니, 나도 이런 사람이 되야겠다는 생각을 할 뿐입니다. 그는 끝까지 데이지가 자신이 한결같이 데이지를 사랑해왔듯, 자신만을 줄곧 사랑해왔다고 믿고 싶어하죠. 그건 자기 안에 갇힌 사랑입니다. 자신이 스스로 미화시켜놓은 사랑에 자신과 데이지를 함께 박제하고 싶어하는 느낌이랄까. 데이지가 그를 선택할 수 없었던 이유이기도 할 겁니다.

혹자는 개츠비가 위대한 이유를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넘을 수 없는 신분차별과 학력차별에 맞서 싸웠기 때문이라고요. 그래서 데이지와 함께 도망가는 쉬운 길을 택하지 않고 자신을 무시했던 모든 사람들에게 당당하게 인정받으려고 했다고요. 가난한 집에 태어나 무일푼으로 자라온 개츠비는 자신을 옥스퍼드 출신이며, 전쟁터에서 훈장을 받았다고 자랑을 해댑니다. 매일매일 파티를 열며 상류층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것, 그 모든 것이 데이지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되어지지만 사실은 개츠비의 뼈아픈 컴플렉스를 해소하는 방식이기도 했다는 생각이 들지요. 

그러나 저는 개츠비가 위대한 이유는 '진심' 때문이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1920년대 미국은 1차 세계대전의 승리로 경기는 호황이고 매일매일이 축제였다고 합니다. 그 시대상을 반영하듯 영화 위대한 개츠비에서는 연일 화려한 파티를 보여줍니다. 눈은 즐겁지만 그 다음날 아침이 밝아오면 공허함만이 맴돌죠. 파티 안에서 즐겁지 않은 사람은 없지만 그 어디에도 진심은 보이지 않습니다. 흥청망청 그날그날을 살고, 돈을 쫓고... 그것이 바로 1920년대 미국의 분위기, 사회 세태였던 거지요. 

그런 세태 속에서 비록 한심하고 조금은 비뚤어졌다 해도 '진심'이라는 것을 가지고 그것만을 목표로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이 개츠비 외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개츠비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던 닉은 "저 모든 인간들을 합친 것보다 당신이 더 낫다"고 이야기해주는 거죠.

뉴욕을 벗어나 바로 보이는 빈민가, 쓰레기 언덕(재의 언덕)에 있는 T. J 에클버그 박사 광고판은 마치 이 모든 것을 심판하는 신의 눈처럼 보입니다. 조금 멀리에 떨어져서 그 흥청망청 거리는 도시의 불빛들을 바라보고 있는 듯 하죠. 마치 돈과 유흥을 쫓고 불륜을 즐기며 타락해가는 소돔과 고모라성을 보는 듯한 눈빛으로요. 

그 광고판에 '위대한 개츠비'라는 책이, 영화가 하려는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이 시대를, 이 시절을 보아라. 저 도시를, 그리고 이 빈민가를 보아라. 더러운 부패를 저질러서라도 진심을 지키려했던 이의 말로를 보아라.

'위대한 개츠비'가 정말 위대한 이유는 현실한 사회에의 통렬한 비판을 단순한 한 남자의 뜨거운 순애보로 그럴듯하게 포장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들여다보면 들여다볼수록, 깊이가 있어서 고전인 거겠죠?   


덧글

  • 고냉이래요 2013/05/29 18:23 #

    항상 느끼지만, 글을 참 잘 쓰셔요.
    개츠비의 파티 장면을 보면서 저도 비슷한 생각을 했었는데 이렇게 잘 설명할 수는 없었거든요..^^
  • 미친공주 2013/05/29 19:09 #

    ^___^ 앗 공감해주셔서 감사감사
  • 용왕님 2013/05/29 18:31 #

    제가느꼈던걸 잘 꼬집으시고 그걸 잘 얘기해주셨네요
    대체 왜 개츠비가 위대한거지?ㅋㅋㅋㅋ닉은뭐야했는데
    이글을 읽으니 그랬구나ㅡ하게되네요
    잘읽고갑니다:):):):
  • 미친공주 2013/05/29 19:09 #

    ^_____^ 흐흐 재밌게 보셨다면 다행임다 ㅋ
  • bullgorm 2013/05/29 21:13 #

    위대한 '호구' 개츠비
  • 미친공주 2013/05/30 09:32 #

    ㅎㅎ
  • 위장효과 2013/05/30 00:03 #

    스콧 피츠제럴드가 하고자 했던 이야기가 바로 그거죠. 마지막 문장에서 위대한 작가의 위대한 작품을 정말 제대로 요약해서 설명해주셨네요.
    자기들때문에 엉뚱한 사람들이 죽었는데도 바람피던 남편과 그 남편을 못 떠나던 아내는 자동차에 올라타서 여행을 떠나죠. 그것만큼 1920년대 미국 대중 문화와 젊은 세대들의 적나라한 실체를 보여주는 것도 없습니다.
    근데 1974년판에서처럼 이번에도 개츠비가 데이지보다 더 미모라니!!!! 게다가 이번에는 닉까지 데이지보다 더 미모라니!!!!!(퍽!!!)
  • 미친공주 2013/05/30 09:33 #

    하하하하하하하..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