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겁다가 차갑다가 다시 뜨거워지는 '연애의 온도' 조조할인

영화를 보면서 생각했습니다. 이 감독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제대로 연애 해봤구나. 혹시 연애할 때의 그 모든 사건들을 세세하게 적어놨던 게 아닐까. 조연들의 상황이 몹시 비현실적임에도 메인 커플의 상황이 지극히 현실적이어서 재미있게 볼수 있었던 영화 '연애의 온도'입니다. 

** 스포일러는 꽤 있지만, 영화를 즐기는데 큰 지장은 없을 것 같습니다. 

   디테일의 재미가 살아있는 영화라..  

개봉한 지는 조금 된 영화입니다. 개봉 당시 입소문이 좋아서 보려고 벼르다 놓친 영화를 VOD로 보게 되었는데, 꽤 재미있게 봤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제 연애를 돌아볼 수 있었거든요.

은행에서 근무하던 동희와 영은 비밀리에 사내 커플로 연애를 즐기다 헤어지게 되었습니다. 영화는 이들이 헤어진 시점부터 시작됩니다. 이별한 커플들이 할 수 있는 모든 찌질한 짓들을 다 하는 이들의 모습은 정말 웃기지만, 이 커플을 보면서 자신의 이별 장면을 한 컷쯤 떠올리지 않는 사람은 없었을 거에요.

동희와 영이 싸움을 주고 받는 장면은 디테일 하면서도 속도감이 있어서 정말 재밌게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덧 그들의 싸움에서 그들의 감정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것이 느껴집니다.

타고난 쌈닭 기질을 가진 사람이 아닌 다음에야 싸움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런데 신기하죠? 친구들과 아무리 원만히 지내는 사람이라도 연인과는 싸움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전 그 싸움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싸움도 서로에게 기대하는 것이 있을 때나 벌어지는 거죠. 맨날 부부싸움을 벌이는 사람들은 오히려 쉽게 헤어지지 않더라고요. 진짜 무서운 건 소리소문 없이 무관심한 것. 남이 봤을 때 원만하다고 생각하는 가정이, 커플이 오히려 쉽게 끝나는 것을 종종 봅니다. 

그러나 단순한 투닥거림과 이별은 조금은 다른 이야기지요. 싸움이 이별로까지 번지지 않는 것이 좋겠지만, 그럼에도 커플들은 헤어지죠. 그리고 그 헤어진 커플들이 다시 만날 확률은 82%나 된다고 해요. 그들이 다시 만나게 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을 거에요. 진짜 이별하고 싶어서 이별한 것이 아니라 홧김해 이별을 선언했다거나.. 혹은 헤어져보니 그만한 사람이 없다는 깨달음이 있었다거나.. 아직 사랑했던 마음이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거나..

그렇게 다시 만나게 된 커플은 언제 그랬냐는 듯 뜨겁게 불타게 됩니다. 이별 선언을 할 때 냉랭해졌던 마음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들끓죠. 연애의 온도, 그렇습니다. 연애는 때로는 뜨겁다가 서서히 식었다가, 또 어떤 계기로 뜨거워지기를 반복하죠. 항상 뜨거울 수는 없는 것, 그것이 바로 연애의 온도겠죠.

이별했다가 다시 만나보신 분 있으신가요? 저도 작년쯤 이별의 위기를 겪을 뻔 했었습니다. 그런데 그 위기를 넘기고 나니 다른 위기가 오더라고요. 서로에 대한 지나친 배려랄까.. 다시는 헤어지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하는 마음이 방관으로 이어지게 되라고요. 최대한 상대방에게 맞춰주자고 생각하니 나만 참는 것 같고 내가 변하는 것 같고.. 하지만 싸울까봐 입밖으로 내놓지 않는 겁니다. 그런 마음들이 서로간의 미묘한 간극을 만들고, 그것이 또 다른 위기를 만들더군요. 그런데 그런 저의 경험들이, 어쩌면 이렇게 생생하게 영화 속에 담겨있던지! 참 사람 사는게 다 거기서 거긴가 싶더라고요. 

다시 만난 커플 중 97%는 같은 이유로 또 다시 헤어진다고 합니다. 헤어지는 이유, 헤어진 이유.. 사랑이 식었다고 생각해서가 아니겠어요? 많은 커플들은 자신들이 이별한 정확한 이유를 기억하지 못해요. 대개의 발단은 몹시 사소한 것에서 시작 되는데 그건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고, 그동안 쌓여왔던 섭섭함만 기억에 남습니다. 그러나 그 섭섭함은 연애의 온도가 식은 것에서 비롯된 아주 당연한 불만들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흔히 잊습니다. 마시고 씻기에 편한 물의 온도는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아야 한다는 사실을요. 

이미 결혼을 하신 분들이 보기에는 공감대가 조금 떨어질 수도 있겠습니다만, 연애를 해본 모든 분들 관람가입니다. 무겁지 않고 가볍게 유쾌하게, 그러면서 확실한 주제의식은 잃지 않는.. 간만에 괜찮았던 한국 로맨틱 코미디 영화였습니다.  

.. 그런데 넌, 우리가 아주 오래전에 왜 헤어졌었는지 기억하니?

ps: 아 그리고 이 조연분. 김강현님. 진짜 쵝오에요 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