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것이 진정한 막걸리다! 정동 '자희향' 바람이야기

제작년인가요. 한동안 전국이 막걸리 열풍에 휩쓸렸었습니다. 새로운 맛, 새로운 브랜드의 막걸리 바들이 등장하고 저 또한 막걸리를 꽤 맛보러 다녔던 기억이 있지요. 참 우리는 빨리 뜨거워지고 빨리 식는 민족이긴 하는가 봅니다. 어느새 막걸리 열풍은 가라앉고 무리하게 세워졌던 많은 막걸리 공장(?)들이 문을 닫았다는 이야기를 얼핏 들은 기억이 납니다.

뭐, 씁쓸한 이야기는 이쯤에서 넘어가기로 하고요. 갑자기 왠 막걸리 이야기인고 하니, 오랜만에 괜찮은 막걸리 바에서 감동을 받은 이야기를 좀 해보려고요. 사실 막걸리 바를 일부러 찾아서 간 건 아니었어요. 정동 쪽에 갈 일이 있었는데 근처에 술집 뭐 없나 검색하던 중에 튀어나온 곳이 '자희향'이었죠. 범상치 않은 포스의 이름도 그렇고, 블로그에 올라온 내용들도 칭찬이 많아서 궁금한 마음에 들러본 곳입니다. 내일이 휴일이라 '불수!'를 보내시려는 분들께 좋은 정보가 되길 바래요. 흐흐.

일단 이 가게는 길가를 오가면서 눈에 띄어 들어가게 되는 곳은 아닙니다. 저도 이 앞을 수차례 지나쳤지만 이런 가게가 있는 줄도 몰랐어요. 위치는 정동에 있는 경향신문사 경향아트힐 2층입니다. 공연장이라고만 알고 있어서 그 건물 2층에 술집, 그것도 막걸리 바가 있을 거라고는 상상을 못해봤어요. 다른 블로그의 정보가 아니었다면 근처를 헤맸더라도 아예 이 건물에는 들어와보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공연장이며 테디 베어 갤러리 사이에 위치한 가게의 전체가 통유리. 어딘지 안정감있는 느낌은 아니에요. 술집 같은 느낌도 좀 덜하고, 생소하고. 가게의 내부도 생각보다 넓지 않아서 약간 복작복작한 느낌. 회식이나 단체 모임으로 썩 좋은 구조는 아님에도 불구하고 단체로 찾는 분들이 꽤 계시더라고요.

 http://jahi.co.kr/ 

하지만 사장님은 몹시 친절하셨고, 막걸리에 대한 프라이드도 엄청 강하셨답니다. 가게 구조에 대한 아쉬움을 상쇄할 만큼요.

메뉴에는 다양한 맛의 막걸리가 친절하게 설명이 되어 있습니다. 이것저것 맛보고 싶은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죠.

청주도 있는 것 같은데, 저는 청주를 잘 못마시기 때문에 패스..

익숙한 안주와 더불어 생소한 안주도 눈에 띕니다. 돌문어 숙회나 치즈 두부, 관자살 샐러드 같은 것들..

여러명이 온다면 이런 스페셜 코스를 이용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네요. 막걸리 비교시음 코스, 이런 것도 애주가들에게는 흥미로울만한 코스네요.

저희가 주문한 것은 자희향의 대표 막걸리격인 자희향 라이트 1리터(15,000원)입니다. 전통주 명인 박록담 인증주로 여성들이 좋아할만한 달콤한 생주라고 해요. 또 볏짚에서 띄운 자연균으로 만든 생주라고요. 그런데 한 입 먹는 순간! 다들 묘한 표정이 됩니다. 굉장히 진하고 무거운 느낌이 들어서요. 평소에 먹던 서울 막걸리와는 느낌 자체가 너무 달라요. 마치 요거트를 처음 먹을 때의 느낌처럼 이게 술인가 싶기도 하고..

그런데 한 입, 두 입 먹을수록 점점 입에 착착 붙습니다. 희안해요. 점점 향도 느껴지고 맛도 느껴집니다. 비교를 위해 생막걸리가 아닌 일반 막걸리를 하나 주문해보았습니다.  

덕산 쌀막걸리 750ml(6,000원)입니다. 이 막걸리도 일반 시판 막걸리보다는 고급 막걸리인 것 같은데, 마시는 순간 다시 전원의 표정이 일그러집니다. 이건 막걸리도 아니고 물도 아니야~~

만일 이 막걸리를 먼저 먹었다면 꽤 맛있게 마셨을 지도 몰라요. 그런데 이미 자희향 라이트의 진한 맛에 입이 길들여져서 일반 막걸리의 부드러운 청량감이 밍밍하게만 느껴집니다. 굳이 두 개 모두 맛보시려면 순서를 바꿔서 드시기를 권해드립니다만.. 다른 곳의 막걸리도 많은데 굳이 이 가게에 오셨다면 꼭 자희향을 맛보시길 바래요. 몸이 좋아지는 느낌이 절로 드는, 유산균이 가득해 다음날 화장실도 시원할 것만 같은(?).. 그러면서 입에도 착착 붙는 진한 막걸리입니다.

기본 안주로는 독특하게 피클이 나옵니다. 그런데 피클의 모양이 범상치 않죠? 다양한 야채를 정말 예쁘게 썰어 넣은 피클이라 더 맛있게 느껴졌다는..

호기심을 자극했던 치즈 두부(15,000원)입니다. 샐러드와 함께 나오고 와사비 간장도 곁들여 나오네요. 이 안주를 주문하는데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사장님이 이 안주는 청주에 어울리는 안주라며 다른 것을 주문하길 권하시는 거에요. 저희는 치즈 두부를 꼭 먹어 보고 싶어 그냥 우겨서 주문을 했는데, 사장님이 참지 못하고 청주를 조금씩 맛보게 해주시더라고요. 또 10년산 간장도 아주 조금 덜어서 맛을 보라고 해주시고.. 안주 하나에도 술과의 마리아주를 생각하는 사장님의 강한 프라이드를 느꼈습니다. 물론 저희의 입맛은 그리 섬세하지 못합니다..

치즈 두부의 정체는 두부가 아니라 두부 느낌의 치즈입니다. 담백하고 부드럽고 맛이 강하지 않은데 매력적이에요. 그런 안주다 보니 묵직한 막걸리가 아닌 청주에 어울릴 수 밖에 없겠다 싶긴 했지만.. 저희는 정말 맛있게 먹었답니다. 자희향에서 매일 직접 만든다고 해요.

"막걸리에는 전이지!"라고 외치면서 주문해 본 김치전(15,000원). 예상외로 크기가 커서 놀랐고요, 바삭바삭 맛도 괜찮은 편이었습니다. 다들 만족스러워했다는..

위치가 엄해서 일부러 찾지 않으면 갈 일이 없겠지만, 그래도 언젠가 꼭 다시 가보리라 벼르게 되는 막걸리바 '자희향'이었습니다. 온라인으로 주문 판매도 하고 있다고 하는데 가게에서 먹는 것과는 또 어떻게 다를지는.. 어쨌거나 자희향에 대해 궁금하신 분들은 자희향 홈페이지(http://jahi.co.kr/)에 들러보시길...

서울 중구 정동 22 경향아트힐 건물 2층 / 02.722.3456 / 일요일 휴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