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영웅, 난세에 더욱 그리워지는 '일지매' 활자이야기

일지매(一枝梅). 우리에게 몹시 친숙한 의적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도둑이 재물을 훔치고 매화 한 가지를 남기는 이야기는 중국 소설에 등장하는 가공의 인물에서 비롯되었다고 합니다. 그런 인물이 한국의 의적으로 기억되는데는 아마도 고우영의 만화 '일지매'가 큰 기여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요.

사실 전 고우영의 만화 일지매를 굉장이 다른 루트로 접하게 되었습니다. 2008년도에 이준기, 박시후가 열연해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일지매'를 이제서야 봤거든요. 뒷북도 어찌나 뒷북인지.. 하도 재미있다는 말이 많아서 언젠간 봐야지 봐야지 하다가 최근 이준기의 '투윅스'를 꽤 재미있게 보고나서야 보게 되었지요. 그리고는 푹~ 빠져버리고 말았습니다.

그 여세를 몰아 뭔가 관련되어 볼거리가 없나 찾다가 고우영의 '일지매'를 알게 되었지요. 고우영의 역사 만화들은 몇번 본 적이 있는데 다들 너무 재미있게 봐서 별 고민없이 빌려 읽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오래 전에 나온 만화인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고우영의 일지매는 스포츠 신문 일간 스포츠에서 1975년부터 1977년까지 연재되었던, 작가의 순수 창작물이라고 합니다. 심지어 제가 태어나기도 전에 연재되었던 작품입니다.

양반가의 서자로 태어나 버려진 일지매가 중국과 일본 등지를 거쳐 무예를 익히고 귀국해 어지러운 인조 시대의 양반 권력하에 신음하는 민중을 도와줍니다. 또한, 나라를 후금에 넘기려는 역적 김자점 세력에 대항하여 전쟁을 막으려는 활약을 펼치는 내용입니다. 결국 전쟁이 벌어진 걸 보면 막지는 못했나 봅니다. 

곱상하게 생겼기에 여장도 서슴없이 하고, 본의 아니게 만나는 여성 마다 가슴에 불을 지피기도 하지요. 8권에 걸친 내용이 마치 무협지를 보는 듯 합니다. 등장 인물도 많고, 디테일해서 실제로 있었던 역사 이야기를 듣는 기분마저 들지요. 아마도 이 만화 일지매 덕분에 일지매가 우리나라 인조 시대에 실존했던 사람처럼 인식이 되고, 그것을 테마로 '일지매' 같은 드라마도 만들어지게 된 모양입니다.  

알기로는 고우영의 일지매를 원작으로한 드라마는 2009년작 '돌아온 일지매'였다고 하는데, 대체 이 방대한 내용을 어떻게 축약하여 드라마로 만들 수 있었을까 하는 우려가 들더라고요. 이 드라마를 보지는 못했지만 2008년작 '일지매'보다는 인기를 끌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지요. 드라마를 보지 못해 뭐라 말할 순 없지만, 원작만 봤을 때는 고작 24부작으로 만들기에는 등장인물도 너무 많고 이야기도 너무 어마어마하죠.   

실제로 매화가지를 놓는 일지매는 아니더라도 일지매 비슷한 의인들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것이 설령 일반 서민들이 꿈꾸던 환상의 이야기였다고 할지라도 난세일수록 사람들은 그런 영웅의 탄생을 기원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만일 요즘 세상에 일지매 같은 사람이 존재한다면 어떨까요? 나쁜 방법으로 부를 축적한 사람들의 재물을 빼내어 힘든 빈민들에게 나누어 주는 거죠. 물론 영화 속에나 나올 법한 일이겠지만.. 상상을 해보는 건 죄가 될 수 없겠지요? 


덧글

  • 백범 2013/10/31 18:24 #

    "설령 일반 서민들이 꿈꾸던 환상의 이야기였다고 할지라도 난세일수록 사람들은 그런 영웅의 탄생을 기원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네, 그만큼 서민들의 정신상태는 원래부터 황폐했다고 여겨집니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라도 남 잘되는 것을 못보는 역대 서민들 그리고 지금 현재의 대한민국 서민들이 과연 착하고 선량한 사람들은 맞는가 하는 생각을 또 해보곤 합니다.

    합법적으로 돈을 벌 생각은 못하고, 부자들은 전부 그릇되게 돈을 벌었을 거야, 그러니 의적이 나타나서 부자들 돈 빼앗아서 우리들 나눠주었으면...

    자칭 서민이라는 자들 보면, 거개가 부자의 재산 = 무조건 불법으로 모은 재산이라는 환상을 가진 자들이 많습니다. 마음씨들을 곱게 쓰지 못하니까, 자기 잘못은 생각못하고 피해의식이 생기는 것이고, 그러니 서민들은 늘 그런 생각들을 하는 것이겠지요.
  • Megane 2013/11/01 00:05 #

    아~ 일지매보다는 홍길동이...
    오늘도 백범님은 동심을 깨고 계시는군요 ㅋㅋㅋ
    그냥 봐 주세요. 성님. 기부문화라는 좋은 걸 놔두고 의적타령한다고 갈하지 마시고 그냥 절 봐서라도 넘어가주시죠...^^:a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