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맘대로 곱씹어보는 무한도전 자유로 가요제 TV이야기

이번 주말의 최대의 이슈는 당연히 무한도전 가요제였습니다. 장장 몇 주간에 걸친 준비과정이 재미를 넘어 기다림에 지쳐갈때쯤 방송된 '무한도전 자유로 가요제'. 격년으로 가요제가 열릴 때마다 매번 가요계는 불만섞인 목소리를 내곤 하지만, 그럼에도 무한도전에 대한 열기는 식을 줄을 모릅니다. 가요제가 열릴 때마다 각 음원 사이트에 줄이 서고, 출연했던 가수들은 스타덤에 오르곤 했는데 올해도 크게 다르지 않은 모양새입니다.

가요계의 볼맨 목소리를 한 귀로 듣고도 흘리게 되는 건, 그들의 우려가 썩 맞아 떨어지지도 않는다는데 있습니다. 올 가을에는 슈스케 음원도 시들시들하고, 그닥 들을만한 음악들이 많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제가 기존 가요계의 음원을 적극적으로 구매하는 구매자는 아니거든요. 특별히 좋아하는 가수가 아닌 다음에야 드라마 OST나 무도 음원 정도를 듣는 저에게는 무도의 음원에 대한 가요계 관계자들의 불만은 그닥 설득력이 없어서요.

그렇지만 한가지는 맞습니다. 매체가 주는 스토리텔링의 힘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 말이에요. 무한도전을 보아오면서 그들의 스토리를 보아온 사람들이 갖게 되는 공감대, 애정 같은 것들이 노래에 녹아져 나오면 그 힘을 어찌 무시할 수가 있겠어요. 그런 스토리에 기존의 가수들의 팬심까지 플러스가 되면 음원 돌풍이야 당연한 것이 되겠습니다. 그러나 그건 늘 같은 공식은 아니에요. 예전에 차트를 휩쓸던 슈스케가 이제 차트에서 흔적을 찾기도 어려워진 걸 보면 꾸준한 스토리 텔링, 좋은 음악에 대한 대중들의 객관적인 시선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그런데 이번 무한도전 가요제는 기존의 가요제와는 조금 달랐어요. 기존의 가요제보다는 멤버들의 사연나 개성이 녹아든 음악이 조금 적었다는 느낌이 들지요. 오히려 기존 가수의 고집이나 목소리, 실험정신이 더 크게 느껴졌던 음악들이 몇 곡 있어요. 그게 '무한한 도전'의 의미가 되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래서 '무도스러움'이 조금 덜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http://youtu.be/V04rUGLC4sk

가수의 목소리가 더 컸던 팀은 유희열과 유재석의 하우두유둘, 김씨와 정준하의 병살, 길과 보아의 GAB 정도가 되겠습니다. 유희열의 R&B에 대한 실험은 충분히 도전적이었지만, 이 노래에는 유재석의 개성이나 스토리가 전혀 녹아 있지 않았어요. 말마따나 그냥 김조한이 불러도 좋은 노래.. 그런 느낌이지요. 보아의 노래도 그래요. 가사에 길과 보아 라는 말이 들어가긴 하지만, 왜 그런 가사가 나와야 했는지.. 그런 과정들이 많이 생략된 느낌입니다. 역시 길이 아닌 다른 가수가 불러도 그만일 노래이고요.

김씨도 마찬가지입니다. 그야말로 김씨의 노래죠. 그나마 이 노래들 중에서 김씨의 노래 '사라질 것들'이 가장 특별하게 느껴지는 건, 그나마도 이런저런 실험적인 느낌이 많이 들어서일 거에요. 예능에서 자신의 음악을 들려준 적이 별로 없는 김씨가 칼을 갈고 나온 느낌이랄까. 가사도 초월적이고 음원으로 듣기에도 담백하고 좋고요. 그렇지만 굳이 정준하가 아니었어도 되었을 노래인 건 마찬가지겠지요.

그나마 멤버들의 개성이 묻어난 팀은 지디와 정형돈의 형용돈죵, 박명수와 프라이머리의 거머리, 장미여관과 노홍철의 장미하관, 장기하와 얼굴들과 하하의 세븐티 핑거스였습니다.

그 중 의외는 형용돈죵과 거머리였어요. 준비 과정이 제일 재미없었고 뭐가 나올까 싶었던 거머리팀이 표절논란에도 불구하고 음원차트 1위를 휩쓰는 걸 보면, 박명수가 정말 촉이 있나 싶기도 하고.. 운빨이라고만 하기엔 안보이는 노력이 많이 들어간건가 싶기도 하고.. 뭐, 그렇습니다.

그와 반대로 준비과정이 가장 재미있고 짜릿했던 형용돈죵 팀은 기대만큼의 결과물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아마 지디기 해외활동으로 바빠던 것이 가장 큰 원인이 아니었을까 싶은데, 제목이나 가사는 인상적이지만 노래 전체가 귀에 잘 붙지는 않는 느낌이랄까. 지극히 정형돈스러운 앞부분의 코믹랩만 인상적인 느낌이더라고요.

http://youtu.be/qVlQB90GkzY

장씨 가문의 두 그룹의 노래는 둘 다 인상적이었습니다. 둘 다 멤버들의 개성에도 어울리는 가사이면서 따라부르기도 쉽고 기억에 남는 노래였거든요. 장미하관의 '오빠라고 불러다오'라는 노래는 아마 나이 조금 있는 남자들이라면 노래방에만 가면 부르게 될법한 노래 같은 느낌이 팍팍 들더라고요.

그런데 전 세븐티 핑거스의 '수퍼 잡초맨'이 조금 더 인상적이었답니다. 준비과정에서는 큰 재미가 없었지만 고군분투하는 하하의 노력이 느껴졌었고 결과물은 하하 다우면서도 장기하 다운, 시너지가 느껴지는 노래였거든요.  

그대 나를 밟아주세요
아예 깔아 뭉개주세요
나의 팔과 다리가 강철보다 더 단단해질 때까지
나를 밟아주세요 죽지 않으니까
그대 나를 때려주세요
아예 확 후려쳐주세요
내 맘이 바람개비나 팽이처럼 빙빙 돌아갈 때까지
나를 때려주세요 죽지 않으니까
왜냐면 난 슈퍼잡초맨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슈퍼잡초맨

'죽지 않아!'라는 말이 하하의 대표 유행어이긴 하지만, 왠지 가사가 은유적으로 느껴집니다. 짓밟히고 상처받는 청춘들이 꿋꿋이 일어서는 모습이랄까, 그런 느낌이 들거든요. 포기하지 마라! 밟을수록 강해져라! 그런 메시지까지 던져주는 것 같아서 가장 가슴에 와닿았던 노래였습니다.   

올해는 이례적으로 단체곡이 있었습니다. 뭔가 대단히 감동적일 것 같았는데, 오히려 '말하는 대로'만큼의 감동은 없어서 조금 아쉬웠습니다. 아마 멤버들이 돌아가며 쓴 가사가 조합되었을 때 딱 와닿는 느낌이 없었던 것 같아요.  

어찌됐건 올해도 무한도전 가요제는 성황리에 막을 내렸습니다. 2년 뒤의 가요제에서도 더 멋진 음악, 새로운 가수들을 만날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