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비티, 인간이 중력의 무게를 지고 서 있다는 것 조조할인

영화란 사람이 하지 못한 경험에 대한 간접 체험을 하게 해주는 대표적은 매체입니다. 그렇다 한들, 이렇게까지 생생하게 우주 여행을 즐길 수 있으리라곤 상상도 할 수 없었지요. 물론 여유있게 즐겼다기보다는 손에 땀을 쥐고 긴장 상태로 체험하긴 했지만.. 왜 아이맥스나 3D로 봐야한다고 했는지 충분히 이해가 갔습니다.

상영관도 몇 개 되지 않는 아이맥스관에 주중 저녁이나 주말 중앙 좌석은 거의 다 매진 사태. 일반 영화표의 두배 가격을 지불하면서 구석에서 보고싶진 않아서 어렵게 주중 오전에 시간을 내어서 본 영화 '그래비티'입니다.

** 스포일러 있지만 영화 감상에는 큰 지장이 없을 겁니다.

이 영화는 분명 재난 영화입니다. 그러나 등장인물은 단 두 명, 그나마도 한 명은 조연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에요. 그런데도 긴박감은 줄어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공포감이 더해진다고나 할까요? 일반적인 재난 영화들이 자연의 재앙 혹은 인간의 오만에 의한 형벌로써의 의미를 강조한다면 그래비티는 인간의 내면과 싸우는 영화에 가깝습니다. 

우주에 가본 적은 없지만 저는 스쿠버 다이빙을 즐기기 때문에 그나마 다이빙을 하지 않는 사람에 비해 우주와 비슷한 상태를 체험해 보았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겁니다. 제가 스쿠버 다이빙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물 속에서 느껴지는 무중력 상태와 고요함이 좋아서입니다. (영화 주인공이 우주를 좋아하는 이유도 그런 것이더라고요. 그래서 이 영화가 제 삶을 다시 되돌아 보게 만들기도 합니다.)

그런데 언젠가는 강한 조류와 흐린 시야 때문에 앞 사람을 놓칠 뻔 한 적이 있었습니다. 스쿠버 다이빙을 할 때는 바닷길을 잘 아는 가이드의 뒤를 따라서 가는게 일반적인데, 그때는 예상치 못했던 조류 때문에 간극이 벌어지게 된 거죠. 평소 물을 몹시 좋아하는 저였지만 갑자기 공포가 엄습해왔습니다. 물론 정말 긴박한 경우, 그냥 수면 위로 떠올라 구조를 기다리면 된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앞, 뒤, 아래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파란 바다의 중간에 저 혼자 떠있다는 사실이 엄청나게 두렵더라고요. 정말 젖먹던 힘까지 오리발을 저어 간신히 앞 사람의 오리발을 보게 되었을 때의 안도감이란.. 

사람과 사람이 부대끼며 산다는 것. 사람으로 태어났기 때문에 몹시 당연한 일입니다. 감정적 필요에 의한 것이든 사회적 필요에 의한 것이든 관계 속에서 여러가지를 주고 받으며 살아가지요. 그러나 어떤 순간에는 그런 관계들이 내 자신을 옭아맨다는 느낌으로 답답해질 때가 있습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점점 더 사람이 많은 장소가 힘겨워지기도 하고요.

특히나 과거보다는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자신을 스스로 고립시키고 싶어하는 경향이 더 강합니다. 그런데 정말로 그 누구와도 관계를 맺지 않고 살아가야 한다면, 얼마나 고독하고 두려울까요. 자살로 인생을 마감하는 빈도수가 잦아아지는 것도 아마 그 때문일겁니다. 즉, 삶에 대한 의지는 타인과의 관계와도 깊은 연관이 있다는 겁니다.

예전에 1인이 등장하는 '베리드'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었습니다. 영화 내내 관 속에 같힌 채로 핸드폰 하나에 의지해 사투를 벌이는 내용이었지요. '혼자'와 '죽음'이라는 소재는 같지만, 베리드가 사회 속에서 부속품으로 전락해 버린 인간에 대한 자조적인 시선이라면 그래비티는 관계, 그리고 삶에 대한 인간의 의지를 강조합니다.  

영화가 주고자 하는 메시지는 영화의 제목에서 더 잘 드러납니다. 아마 재난에만 촛점을 맞추었다면 우주와 관련된 오만가지 제목을 지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그러나 Gravity, '중력'이라는 제목은 그 넓은 우주에서의 사투가 결국은 마지막 장면, 중력의 무게를 어깨에 지고 내 발로 디디고 선다는 것의 의미를 깨닫게 하기 위한 과정이라는 것을 알려주지요.

상상 이상으로 실감나는 우주 체험을 할 수도 있으며, 단순한 재난 영화로 봐서도 완성도가 뛰어난데, 영화 곳곳에 숨겨진 은유와 의미들을 곱씹어 보는 재미도 뛰어난 영화. 괴물 영화의 탄생이라는 말도 공감이 가고 왜 그렇게 다 매진 사례인지도 알 것 같네요. 아마도 한동안은 일반인들이 우주에 가보는 일이 쉽게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 같은데 이 참에 꼭 색다른 경험을 해보시길 바랍니다.


덧글

  • Julie 2013/11/07 00:45 #

    오늘 보고 왔어요.
    마지막 장면 정말 찡하게 다가오더라구요..
    이 영화의 제목이 왜 그래비티인지 스마트하게 정리 해 주는 결말이였어요.

    결국, 산다는 건..
    두 발로 다시 딛고 일어선다는 것..
    그게 숨을 쉴 수 있게 하는 산소처럼 당연한거고 고마운건데
    우린 참 자주 까먹고 살죠.. ^ ^

    심플하면서도 깊이 있는 영화. 참 오랜만이였어요.

  • 미친공주 2013/11/07 09:56 #

    넹.. 마지막 장면 정말 멋있었습니다. ㅋㅋ
  • chemica 2013/11/07 02:49 #

    지난 주말 .. 아들넘과 함께 .. 재미있게 본 기억 ..
  • 미친공주 2013/11/07 09:56 #

    ^_______^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