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빛 융단이 펼쳐진 가을의 '전주 향교' 바람이야기

요즘 전주로 여행을 가는 사람이 꽤 많은 것 같습니다. 한옥마을 중심으로 볼거리도 많고 맛집도 많고 관광하기 편하게 잘 되어 있어서 그런가 봅니다. 그러나 저는 친구 돌잔치 때문에 전주에 당일치기로 내려가게 되었죠. 짧은 시간 안에 딱 한 곳만 들른다면 가장 가고 싶은 곳을 가봐야겠지요? 제가 전주에 내려가면 가장 가보고 싶었던 곳은 바로 '전주 향교'입니다.

많은 분들이 그러셨겠지만, 제가 전주 향교라는 곳을 알게 된 건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 때문입니다. 막연한 팬심으로 성균관 스캔들 촬영지라니 언젠간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었지요. 드라마 속 촬영시기는 아마 가을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언젠가 가을의 전주 향교 사진을 보고, 전 이곳에 두번째로 반하게 되었거든요. 그런데 마침 시의 적절하니 가을에 돌잔치라니, 겸사겸사 들르기에 딱 좋은 거지요. 게다가 위치도 한옥마을 안에 있고.. 전주 초행길에 적절한 코스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향교 앞 전체 샷은 찍지 못했어요. 어찌나 앞에 대놓은 차들이 많은지.. 저희는 여기가 바로 그 전주 '차' 마을이구나 하며 궁시렁 댔지요. 그러나 그 궁시렁거림은 일월문을 들어서면서 바로 쏙 들어갔습니다.

바로 이 근사한 은행나무 때문이지요. 입구 오른편으로 생전 처음보는 거대하고 근사한 은행나무가 황금빛으로 빛나는 화사한 차림새로 당당하게 서 있었습니다. 카메라에 다 담기도 어려울만큼 크고 멋진 은행나무 앞에서 저마다 사진을 찍기 바쁘더라고요. 전주 향교의 은행나무들은 기본 수령이 300년은 훌쩍 넘는다고 하는데, 역시 그 위용이 대단합니다. 게다가 날씨까지 협조적이에요. 비가 온 다음 날이라 하늘에는 구름 한점 없어서 은행 나무의 매력을 더 돋보이게 해주더라고요.

같은 은행나무도 찍는 각도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사진 찍는 걸 좋아하시는 분들이 시간 내어 출사 오실만 합니다.

왼편으로는 족자가 쭉 걸려있는 건물이 하나 있고...

정면에는 공자를 모신 대성전이 있습니다.

공자님, 안녕하세요~

그 뒤로 입덕문이라는 작은 쪽문이 있는데 고개를 숙이고 들어가야하는 작은 문 위로 또 한그루의 어마어마한 은행나무가.. 

어느 각도에서 보아도 잘 보이는 높이입니다. 아직 완전한 황금빛으로 물들진 않았는데, 연둣빛이 섞인 빛깔도 묘한 매력이 있네요.   

아마도 이 나무가 성균관 스캔들에서 걸오가 허구헌날 올라가 걸터앉아 있었을 나무일텐데.. 카메라에 다 담기도 어렵습니다. 정말 멋지다는 말 외에 다른 말로는 설명이 불가합니다.  

이 은행나무가 있는 명륜당 앞에는 금방 끝난 야외 결혼식의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대체 이 아름다운 계절에 이런 멋진 곳에서 결혼식을 올린 부부는 누구였을까요? 그저 부러울 따름입니다.

명륜당. 드라마 속에서 봐서 왠지 눈에 익네요.

완연한 가을을 만끽할 수 있었던 곳.

규모가 크지 않아서 금방 돌아볼 수 있지만, 천천히 거닐며 시간을 보내기에도 그만인 곳입니다. 전주 한옥마을 거리는 너무 상업적이고 붐비는 느낌인데, 그나마 이곳은 제가 원했던 바로 '그 곳'이네요.

전주 향교에 가시려면 반드시 가을, 은행이 노랗게 물든 시기일 때가 좋을 것 같습니다. 평생 볼 은행나무를 다 보고 온 느낌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