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엇갈려오던 남녀 '그와 그녀의 목요일'

이별했던 사람과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후 만나 본 적이 있으세요? 최소 10년 정도. 오랜만에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정도의 사이가 된다면, 한번 이야기를 나눠보세요. 정말 놀랍습니다. 같은 만남과 같은 이별을 나눈 당사자끼리 하는 기억이 어쩌면 이리 다른지.. 오해가 있었던 사건도 있었고, 당시에는 자존심 때문에 말하지 못했던 것도 있었고, 너무 어렸던 시절이라 솔직하지 못하고 서툴렀던 부분도 있었죠. 지금 돌이켜 보면 왜 그랬을까 후회되기도 하지만, 결국은 어떤 이유로든 인연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대학로에서 공연되고 있는 '그와 그녀의 목요일'도 그런 내용을 다룬 연극입니다. 배우 조재현씨를 포함해 TV브라운 관에서 명품 조연으로 활약하시던 낯익은 분들이 주연으로 등장하는 연극이지요. 제가 봤던 공연은 정은표, 정재은씨의 무대였습니다.

이 연극은 남녀간의 대사가 대부분인 연극입니다. 영화로 따지자면 '비포 선라이즈' 시리즈 같은 느낌이네요. 두 사람에 대화에 빠져 공감하면 꽤 재미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지루하고 졸릴 수 있습니다. 배우들에게도 꽤 힘든 연극이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요. 약간 아쉬웠던 면이라면 정재은씨의 말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는 겁니다. 대사가 주인 연극에서 말소리가 잘안들린다는 건 치명적일수도 있지요.

특히 공연이 상영되는 '대학로 문화공간 Feeling'은 생각보다 객석이 꽤 넓은 극장이더라고요. 작은 규모의 소극장이 아니어서 더욱 대사 전달이 어려웠을 수도 있겠네요. 그런 단점만 아니었다면 훨씬 재미있게 볼 수 있었던 연극이었습니다. 

또, 프랑스 연극을 각색한 것이기 때문에 한국식의 정서와는 약간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미혼모를 다루는 방식이나, 남녀간의 결혼 동거 등의 관점이 조금 자유롭습니다. 그런 것들을 감안하고 보셔야 할 듯 합니다.

저명한 역사 학자 교수 정민과 은퇴한 국제 분쟁 전문 기자 연옥. 그들은 친구이자 한 때 연인이었던 사이입니다. 두 사람 사이에는 딸도 있지만 결혼까지 이뤄지지는 않았습니다. 암 판정을 받은 연옥, 딸의 남자친구에게 연락을 받은 정민은 오랜만에 재회한 후, 매주 목요일마다 토론을 하기로 합니다. 그 토론의 결론은....? 관람하실 분들을 위해 남겨두겠습니다.

이 연극의 재미있는 점은, 본 사람마다 감상평이 다르다는 겁니다. 단순히 재미있다, 없다는 평이 다른 것이 아니라 내용을 이해하는 부분에서도 차이가 납니다. 둘 사이의 관계를 둘 사이의 대화에서 유추를 하다 보니, 받아들이는 사람은 자신의 관점으로 해석을 하기 마련입니다. 사람들마다 뭐 이런 관계가 다있어, 뭐 이런 남자가 다있어, 뭐 이런 여자가 다있어.. 이렇게 다른 방향으로 평을 하게 되더라고요.

만일 제가 좀 더 어린 나이에 이 연극을 봤다면 "뭐, 이런 남자가 다있어!"라고 했을지 모르겠습니다. 연옥을 사랑한다고 하면서도 연옥의 곁에 있지 않고 다른 여자들과 결혼을 하는 정민의 모순적인 모습 때문이겠지요. 그렇지만 그만큼 연옥은 일에 빠져 정민에게 곁을 내주지 않는 여자였습니다. 딱히 정민이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남자들은 자신을 필요로 하는 여자에게서 존재의 의미를 찾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요.

또한 연옥은 자존심 때문에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지 못합니다. 또 그 때문에 아이의 존재에 대해서도 정민에게 너무 늦게 알렸고요. 물론 책임지는 것을 회피하며 살아온 정민 또한 잘했다고 할 순 없겠지만, 그 둘의 관계가 어긋난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연극의 결말도 괜찮았습니다. 연옥은 연옥답고, 정민은 정민다워서요. 

연극을 보면서 또 다시 느꼈지만, 사람은 모든 걸 가질 수 없습니다. 무언가를 갖기 위해서는 무언가를 잃을 수 밖에 없지요. 또, 사람과의 관계가 깊어지려면 보다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 솔직해져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지요. 물론 내가 이야기 해야 하는 진실이 내 자존심을 다치게 할 수도 있고, 상대방에게 거부당할까 두려울 수 있겠지만.. 특히 화성에서 온 남자에게 감정을 전달할 때는 직구가 답이더군요. 어쨌건 남녀의 관계에 대해 여러가지 생각을 해볼 수 있는 흥미로운 연극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