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는 것 '애니 레보비츠' 조조할인

저처럼 사진이나 패션 등에 무관심한 사람이라도 척하면 알만한 헐리웃 스타들의 사진이 있습니다. 데미무어가 찍은 사진이 수천장, 수만장이라도 제가 기억하는 사진은 단 한 장, 만삭의 누드 사진입니다. 사실 왜 그 사진만 기억하게 되었는지 생각해보지는 않았었어요. 이제와 생각해보니 그 사진이 유독 기억에 남는 건, 충격적이면서 파격적이고 그녀의 당당한 모습 앞에 보는 이가 부끄러워지는.. 수많은 생각과 감정을 끌어올린 사진이었기 때문이더라고요.

제가 기억하는 인상적인 유명인들의 사진 대부분이 '애니 레보비츠'라는 작가가 찍은 사진이라는 것을 이제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현재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는 애니 레보비츠의 사진전이 열리고 있고, 이와 더불어 광화문 스폰지 하우스에서는 '애니 레보비츠: 렌즈를 통해 들여다본 삶'이라는 다큐멘터리를 상영하고 있지요.  

전시를 볼 예정이라면, 이 다큐를 보고 가면 한층 심도있게 전시를 즐길 수 있을 겁니다. 혹은 카메라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사진은 어떤 것'이라는 나름의 정의를 내리는데 꽤 도움이 될만한 다큐에요. 제가 조금 더 어릴때 이 다큐를 보았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거든요. 

이 다큐는 한 사람의 일대기이자, 한편의 해설을 곁들인 사진집인 동시에 미국이라는 나라의 6~70년대 과거를 어우르는 역사이기도 합니다. 한 인물의 삶을 따라가다보면 당연히 그 배경이 되는 역사도 언급이 되겠지만, 그럼에도 살아있는 역사니 전설이니 하며 불릴 수 있다는 건 그만큼 시대와 더불어 숨쉬었기 때문일 거에요. 그런 면에서 멋지고 존경스럽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때로는 각본이 없는 스포츠 경기에서 예측하지 못한 드라마를 보게 되고, 영화보다 현실이 더 영화 같다고 생각되는 순간을 겪게 되기도 하지요. 그런 측면으로 보면 그녀의 인생은 꽤 흥미진진한 한 편의 영화, 한 여인의 성장기였습니다. 물론 가슴을 철렁하게 만들거나 소름 돋는 감동을 주는 사건도 그녀의 인생에는 있었겠지요?  

그 중 이 사진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겠네요. 애니 레보비츠가 존 레논과 오노 요코의 사진을 찍은지 불과 4시간 후, 존 레논은 정신병자의 총격에 의해 사망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사건 전에 찍은 이 사진 속에는 그들의 애달픈 사연을 되새기게 만드는 애처로움, 애틋함이 느껴집니다. 그렇습니다. 애니 레보비츠가 찍는 사진은 무언가를 느끼고 생각하게 만드는 힘이 있더라고요.

단지 패션 사진이나 헐리웃 스타들의 인물 사진만이 그녀를 대변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녀는 "상업 사진과 예술 사진의 경계를 묻는다면 그 벽 따위는 부수고 싶다"는 말을 했다고 해요. 그리고 그것은 단순한 말이 아닌 그녀의 행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그녀는 소울 메이트였던 작가 수잔 손택의 권유에 따라 사라예보 내전 현장에 촬영을 갔었다고 해요. 이 사진은 그 당시 박격포를 맞고 쓰러진 소년의 자전거를 촬영한 사진이라고 합니다. 단순한 사실을 전달하는 저널 사진이 있고, 스토리와 감동을 주는 저널 사진이 있다면 그녀의 사진은 후자쪽입니다. 그리고 다큐를 쭉 보다보면 왜 그녀가 이런 사진들을 찍을 수 있는 지를 알게 되죠.

그녀는 사진을 찍는 모든 피사체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었습니다. 애정을 가지고 그 본질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함께 동화되고 흡수되는 사람이었지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누군가가 나를 찍는다고 생각하면 얼어버립니다. 그래서 평소에 짓지 않는 어색한 표정으로 굳어버리지요. 그러나 나와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는 친밀한 사람 앞에서는 가장 본연의 모습을 드러내게 되지요. 그녀는 그런 방법을 아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러려면 세상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어야만 하고요.

그녀의 이력들을 낱낱이 옮겨놓지는 않겠습니다. 그녀의 삶 자체가 이 다큐의 스포일러가 될테니까요.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한가요? 그러면 '애니 레보비츠'에 대한 다큐를 한번 보세요. 전시회에 갈 예정인가요? 그럼 더더욱 다큐를 먼저 보고 가세요. 사진을 취미 이상으로 진지하게 생각한다면 역시 이 다큐를 보시는 것이 큰 도움이 되실 겁니다. 

갈수록 카메라 기능이 좋아지고, 아무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세상에서.. 역시 다시 중요해지는 건 어떤 마음으로 어떤 자세로 사진을 찍느냐인 것 같습니다. 같은 피사체를 놓고도 그 피사체의 아름다움을 더 잘 드러내는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것, 그것은 결국 '이해'일 겁니다. 세상에 무관심한 저에게 꽤 많은 자극이 되었던 다큐였습니다.  

Ps: 전시회 안내도 덧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