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릴러 연극 '술래잡기' 보다 정교한 스토리 아쉬워 잡담

'술래잡기'는 제가 처음 본 스릴러 연극입니다. 코미디나 정극, 로맨틱 호러가 섞인 장르의 연극은 본 적이 있지만 스릴러 장르라니.. 제한된 공간 안에서 어떻게 스릴러를 연출해 낼지 궁금했지요. 결론을 말하자만 아쉬움이 조금 남는다는 것입니다. 어쨌거나 연극에 대한 소개를 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술래잡기는 마로니에 공원 안쪽에 위치한 건물 5층, 우리네 극장에서 상연 중입니다.

'우리네 극장'은 전형적인 소극장으로 극장은 협소한 편입니다. 좌석도 등받이 좌식 의자형이구요. 그나마 지난번 연극을 본 극장 '꿈꾸는 공작소'보다 약간 여유로운 정도입니다.

어느 날 낯선 공간에서 눈을 뜬 두 남녀. 강대수는 아내의 살인 누명을 쓰고 13년만에 출소하던 중 납치되어 감금되었고, 미술을 전공한 송지아 또한 영문을 모른 채 잡혀 감금되었습니다. 서로에 대한 경계를 풀고 왜 납치되었는지 서로의 공통점을 찾기 위해 이야기를 털어놓던 중, 강대수는 송지아가 해리성 장애(다중 인격)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처음에는 놀랐던 다중인격에도 어느덧 적응하게 된 강대수. 어떻게든 나가보려 애쓰던 밀실에도 점차 익숙해집니다. 침대와 소파, 싱크대, 욕조와 화장실이 모두 갖춰져있고, 식량도 주기적으로 제공이 되자 불편함을 못느끼게 된 탓이지요. 또 그들은 방에 놓여있던 술을 먹다가 자연스럽게 연인이 되고요.

그렇게 얼핏 행복해보이던 그들에게 충격적인 진실이 공개됩니다.

제가 봤던 회차 공연은 강대수 역에 신승용씨, 송지아 역에 박새라씨, 오수련 역에 김선희씨가 연기를 했습니다. 연기는 무난히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만, 대신 스토리가 좀 아쉬웠어요.

저는 영화 올드보이를 꽤 감명 깊게 봤었습니다. 또한 해리성 장애를 다룬 영화 아이덴티티는 반전이 너무나 충격적이어서 잊혀지지 않는 영화였지요. 스릴러를 즐겨보지 않는 저조차도 봤던 이 유명한 영화들의 줄거리 중 일부가 이 연극과 흡사하게 느껴집니다. 만일 이 영화들을 보지 않았다면 연극 술래잡기가 저에게는 꽤 충격적인 반전이 있는 연극이 되었을 수도 있겠어요. 하지만 저는 술래잡기에서 두 남녀 주인공이 만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결말을 예측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반전을 알고 보는 스릴러는 썩 재미있을 수가 없었지요.

다중인격장애
해리성 장애(dissociative disorder)의 하나로, 한 개인이 가지는 정체성 내에서

의식ㆍ기억ㆍ정체감ㆍ환경 등의 통합적 정신기능에 대한 지각이 붕괴되면서

개인의 활동이 각각 구별되는 다수의 정체감이나 인격이

 반복적으로 조절되면서 나타나는 증상을 말한다.

다중인격장애(MPD)를 겪는 사람에게는 각기 고유한 둘 이상의 인격이 나타난다.

다중인격 장애를 다룬 것은 꽤 흥미롭긴 했습니다. 오히려 이를 잘 이용하면 블랙 코미디 느낌의 연극이 탄생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지요. 어찌됐건 스토리는 좀 아쉽습니다.   

총평입니다. 잘 만들어진 스릴러 연극이라고 하기에는 스토리의 아쉬움이 많습니다. 특히 올드보이와 아이덴티티를 모두 생생하게 기억하는 분들에게는 좀 시시할 수 있습니다. 함께 본 친구는 그 영화들이 그리 인상깊지 않았는지, 혹은 보지 못했었는지 모르겠지만 이 연극이 꽤 흥미로왔다고 하더라고요.

가끔 놀라는 장면도 있긴 했지만 대부분 귀를 찢는 듯한 거슬리는 음향 때문이었고요. 예측되는 반전을 떠나서 내용도 지나치게 어둡습니다. 가정폭력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는 있지만 우리나라의 보편적인 정서보다는 조금 더 어두운 느낌이지요. 스릴러 영화들도 대부분 그렇지만 스릴러 연극 역시, 보고 난후 기분이 좋아지는 연극은 아니라는 것 염두에 두시길.. 물론 호불호는 충분히 갈릴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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