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은 끝났다, 강신주의 독설이 필요한 이유

갑자기 어제 온라인 검색어에 힐링캠프며 강신주라는 이름이 오르락거리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많은 뉴스와 블로그들이 힐링캠프에 출연한 강신주라는 철학자에 대해 호평이더라고요. 대체 어땠길래 그럴까, 힐링캠프는 저도 안보게 된지 꽤 오래된 프로그램이었습니다. 하지만 궁금증에 다시 찾아보게 되었고, 여러모로 느낀바가 많은 재미있는 방송이었다는 생각이 들어 포스팅을 남깁니다. 혹시 못보신 분들 중에서 관심이 간다면 재방송으로라도 꼭 보시라구요. 

사실 저는 강신주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습니다. 얼굴도 처음 보았어요. 다수의 서적을 내고 강의도 많이 하고 있는 철학자라고 합니다. 상담가는 많이 들어봤어도 철학자라고 하니 묘하게 생소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런데 어떤 유명인에 대해 잘 모르는 것이 좋을 때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더라고요. 딱 이 한 마디에요.

"저를 처음 보시는 분들이라면, 저를 모르시는 분들이라면 여지껏 인생을 잘~ 사신 겁니다"

인생이 힘들고 뭔가 문제가 있는 사람들만 자기를 찾는다면서 자기를 찾는 사람이 없어지는 것이 좋은 세상이라고 말문을 여는데 확 끌리더군요.  

철학자 강신주의 독설, 직언을 듣고 있다보면 불편한 부분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호불호가 갈릴 것 같아요. 직설적인 표현에 쉽게 상처를 받는 사람들은 강신주의 상담을 싫어하겠더라고요. 상담을 받다가 우는 건 다반사, 뛰쳐나가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말 다 했지요. 하지만 저에게는 꽤 잘맞는 부분이 많더군요.

저도 가까운 친구들에게는 독설가로 유명합니다. 항상 모든 일에 불만을 가지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조언을 해줄 때 직언을 하는 편이지요. 돌려 말하는 것을 싫어하고, 입바른 말을 잘 못하는 스타일이고요. 물론 관심이 가지 않는 사람에게는 애써 직언을 할 필요를 못느끼기 때문에 사회생활을 하는데 크게 지장은 없습니다만.. ㅋ

여튼 그가 이야기하는 '힐링'에 대한 비판에 대공감을 했습니다. 근 2년간은 '힐링'이라는 말이 떠오르면서 거친 세상에 지친 사람들이 따뜻하고 좋은 이야기를 찾고, 위안을 얻고 싶어하는 분위기가 팽배했었지요. 그런데 강신주는 '힐링'은 그저 미봉책일 뿐이라고 이야기 하더라고요. 내가 가진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이 없이 타인에게서 위로를 받으면 그 때 뿐, 내 삶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거죠. 그러면서 자신의 민낯을 들여다 보는 것을 권합니다.

착한 아이 컴플렉스가 만연한 한국 사회에서 자신의 민낯을 본다는 건 어려운 일입니다. 대부분은 자신이 진짜로 원하는 것보다 타인의 시선을 더 신경 쓰고, 싫은 것도 표현하지 않고 내가 참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가지요. 또 자신의 의사 표현에 직설적인 편인 서양과 달리 은유적이고 이중적인 언어를 쓰는 동양 문화 때문에 표현 방식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마음은 Yes더라도 거절하는 시늉을 하는 것이 미덕이고, 상다리가 부러지게 밥상을 차려놓고도 "차린건 없지만 많이 드시라"는 상반된 표현을 쓰곤 하지요. 그러니 내가 하는 말이 진짠지 가짠지도 혼란스러울 판에 내 마음 속의 소리를 듣는 건 더욱 어려운 일일지도 모릅니다.

이 날 내 마음의 민낯 보기의 가장 충격적이었던 해답은 아버지에 대한 고민 상담이었답니다. 상담자는 "은퇴한 아버지가 가족에 대한 집착이 심해졌다. 무엇이든 시간을 함께 보내려 하는데, 어떻게 하면 아버지가 외롭지 않게 지낼 수 있는지 고민"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강신주는 그 말의 민낯을 이렇게 해석합니다. "이 말의 의미는 아버지가 행복했으면 좋겠는게 아니고 아버지가 나를 귀찮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결국 상담자에게 아버지란 귀찮으니 제거해야 할 대상인거다"라고요. 들여다 보고 싶지 않았던 마음의 민낯을 본 상담자도 충격을 많이 받았는지 눈물을 흘리더라고요.

그러나 강신주는 단지 독설에 그치지 않고 그에 대한 해법을 내어놓습니다. 은퇴한 아버지는 상담자가 몇십년간 알아온 아버지와 전혀 다른 사람이라고요. 내가 귀찮다고 떠나보낼 사람이 아니라면, 새로운 사람인 것을 인정하고 천천히 알아가는 것이 필요하다고요. 매우 충격적인 상담이었지만, 결국 상담자의 얼굴은 훨씬 더 환해졌습니다.

강신주의 고민 해결 방식은 조금 거친편입니다. 그러나 상처가 아물면 새살이 돋듯이 스스로가 가진 큰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조금 과감한 수술이 필요한 건 아닐까요? 삶이 행복한 분들은 굳이 보실 필요가 없겠지만, 무언가 마음에 답답한 짐이 있다면 강신주의 힐링캠프편을 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덧글

  • Limccy 2014/02/05 17:22 #

    오랜만에 맘에 참 듭디다..

    힐링캠프인가 힐링자 보자마자 안보긴 하는데

    이방송은 궁금해지더라구요.
  • 미친공주 2014/02/05 18:10 #

    ㅋㅋ 넹
  • VV 2014/02/06 00:45 #

    딴지라디오 벙커1 특강, 무려 철학박사 강신주의 다상담

    유튜브에서 찾아보시면 아주 시리즈로 가득 찾으실 수 있어요.
    1시간 짜리도 있고 2시간 짜리들도 많아요.
    힐캠 나오기 전에 강신주 박사님 상담 시리즈를 다운받아 들었는데-
    어! 내가 왜 이 좋은 내용을 이제서야 알았지? 했어요.
    풀리지 않던 인생의 미스터리를 누군가에게 듣는 기분.
    좋았죠.
    벙커1 멤버십으로 가입하면 양질의 강연을 들을 수 있고
    소개팅도 마구 할 수 있다고 합니다. ㅋ

    김어준 김현철 황상민 강신주.
    벙커1 상담 듣다보면 자주 등장해요. 이 사람들이.
    듣다보면 어디가서 상담받을 필요없이 자체 해결 가능하겠구나..
    싶을 정도.

    가면 시리즈와 이 죽일 놈의 사랑인가? 아주 흥미로웠어요.
    언더그라운드에서 뜨니까 공중파에서 불러 준다는 느낌? ㅋㅋ
    이 사람 말 듣고 있으면 적어도 헛소리는 아니라는
    확신이 들 정도로 뭐랄까. 자기 삶에 있어 확실하달까. 그래요.
  • 미친공주 2014/02/06 09:34 #

    아.. 감사합니다. 한번 찾아서 들어볼게요 ^^
  • 사바욘의_단_울휀스 2014/02/06 11:26 #

    모든일에는 여러가지 방법이 있죠.

    상황에 따라서 보는 시각에 따라서 맞는 방법이 될수도 틀린방법이 될수도 ^^

    물론 강신주라는 사람은 알면서 하는 소리겠죠... 인간이라면 모를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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