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우림 속 숨겨진 비밀의 정원 '투말록 폭포' 바다 갈증

세부 릴로안 지역에서 스쿠버 다이빙을 했던 이야기를 신나게 풀어놨기 때문에 여행기가 끝인 줄 아셨겠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제 바다를 떠나 육지의 이야기를 해볼까 해요.

다이빙을 좀 일찍 마치고 돌아온 어느 오후, 이 지역을 잘 알고 있는 선배가 투말록(tumalog)이라는 폭포를 추천해줍니다. 폭포를 가는데 준비할 것은 별 게 없습니다. 그냥 다이빙을 한 후의 젖은 몸으로 수건만 챙겨서 폭포로 향합니다.

노블레스 리조트 앞에서 트라이시클을 잡았습니다. 이 트라이시클 기사는 제가 본 몇 안되는 멋쟁이 기사였습니다. 트라이시클을 이렇게 예쁘게 장식한 것도 모자라 선글라스에 머플러까지, 이 더운 나라에서 말이죠. 투말록 폭포까지는 왕복 150페소(약 4,500원)를 부르더라고요.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비싼게 아니었습니다.

트라이시클은 자동차가 다니는 해변 도로를 약 20~30분여 달려 투말록 폭포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우리가 관광을 마칠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리조트로 데려다 주는 비용치고는 몹시 저렴한 거더라고요. 고래상어 관광 포인트 오슬롭에서는 10분 이내로 올 수 있다고 하는데, 저희가 머문 릴로안 해변은 약간 거리가 있어 시간이 더 걸렸습니다.

사실 트라이시클이 도착한 곳은 정확한 폭포 앞은 아닙니다. 폭포를 향하는 산길은 너무 경사가 급해 트라이시클은 오르내릴 수 없는 곳이지요. 이곳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다시 꼭대기로 올라가야 합니다. 오토바이에는 2명까지 탈 수 있고, 역시 관광이 끝나면 이곳까지 데려다 줍니다. 비용은 100페소(약 3,000원). 물론 걸어 올라가셔도 되지만 오토바이를 강추합니다. 오토바이를 타고도 10분 이상 올라가는 급경사. 땡볕에 걸어 올라가다가는 쓰러지실지도 몰라요.

오토바이가 도착한 꼭대기에서 투말록 폭포 입장료 20페소(약 400원)를 냅니다. 그 꼭대기에서 폭포까지도 급경사로 걸어내려와야 하고, 역시 다른 오토바이를 렌트하거나 추가 비용을 내서 왕복할 수 있지만 건강한 성인이라면 충분히 왕복할 수 있는 거리라 걸어가시기를 추천합니다.

얼핏 봐도 가파른 경사를 5~10분 걸어 내려오는데, 저도 모르게 엉덩이를 씰룩씰룩 거리며 걷게 됩니다.

경치는 좋습니다. 저 멀리 물줄기 하나가 보이는데 그것이 투말록 폭포라고 하더라고요. 생각보다 부실해 보이는 물줄기. 사실 폭포를 즐겨 구경하는 편도 아니고, 별 기대도 없었기에 그냥 그런가보다 했습니다.  

그렇게 도착한 폭포. 입구부터 뭔가 신비로운 느낌이 들더라고요. 울창한 열대 우림과 작은 폭포들이 물줄기를 이루는 곳.

그리고 폭포를 마주한 저는 그야말로 홀딱 반해버리고 말았습니다.

이곳은 제가 상상했던 폭포가 아니었어요. 힘차게 물줄기가 떨어지는 그런 폭포가 아니라 여러 개의 종이 달린 모양같이 초록색 이끼로 덮인 벽면을 타고 마치 분무기처럼 흩어지는 물줄기. 폭포 주변으로 아무런 시설도 없고 개발도 되어 있지 않아 이 신비스러운 분위기가 더욱 잘 유지되는 것 같았습니다.

아우.. 핸드폰 카메라로는 아무리 찍어도 이 분위기를 담을 수 없더라고요.

그래서 구글에서 빌려왔습니다.

이 사진도 완벽하진 않지만, 그래도 투말록 폭포가 얼마나 예쁜지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을 거에요. 정말 사진 작가를 데려오고 싶은 충동까지..  

폭포 뿐 아니라 폭포 아래에 고여있는 물빛도 신비스럽습니다. 바닥이 하얀 진흙뻘이라 이렇게 아름다운 옥색으로 보이더라고요.

폭포에 들어가 봅니다. 와.. 정말 이가 덜덜 떨릴 정도로 차가운 물. 필리핀이 덥다고 느끼셨다면, 이 폭포에 오면 그간 흘린 땀을 완전히 잊을 수 있을 것 같네요. 그러나 아무리 추워도 이 폭포에는 꼭 들어가보셔야 합니다. 그리고 폭포 중간에 놓여있는 저 나무 둥치에 누워보세요.

http://youtu.be/kduF2_xNf6Y

하늘에서 빛줄기처럼 떨어지는 근사한 물줄기를 볼 수 있는 명당 자리입니다. 아.. 정말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물론 거세고 힘찬 폭포의 물줄기를 기대하시는 분들은 실망하실지도 모르지만, 아기자기하면서도 신비스럽고 예쁜 폭포라고 한다면 투말록 같은 폭포는 흔치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신비스러운 정원에서의 관광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급경사인 오르막길을 오르는 것은 쉽지 않지만, 폭포에서 충분히 식혀진 몸 때문에 힘들지 않게 올라왔습니다. 젖은 몸으로 다시 오토바이를 타려니 많이 미안하더라고요.

이 아름다운 폭포가 많은 관광객으로 붐비고, 개발되며 이 느낌을 잃어가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릴로안 혹은 오슬롭에 온다면 꼭 한번 들러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