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 세월호 분향소 조문, 기분이 나빠졌던 이유 잡담

벌어져서는 안되었던 참사, 세월호 침몰 사건 이후 벌써 2주가 지나가고 있다. 전 국민이 하나같은 마음으로 생존자의 소식을 기다렸지만 들리는 건 세월호와 관련된 온갖 잡음 뿐이었다. 침몰 후 1주일이 지나자, 서서히 노란 리본 달기 캠페인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한국을 넘어 외국에 이르기까지 생존자를 기다리는 마음은 한결 같았지만, 역시 기다리는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본격적으로 각 지역별 합동 분향소가 설치되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도 잡음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분향소를 이미 자체 설치 중인데 정부에서는 광역자치단체별로 1곳씩만 설치하도록 공문을 보냈던 것이다. 그런 논란 속에서도 조문객들은 어떻게든 가까운 분향소를 찾아 추모의 마음을 전하고 있고, 그 행렬은 지금도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 시청의 풍경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서울 도서관(구 시청건물)에도 커다란 노란 현판이 달렸다. 시청 근처를 지나다니는 그 누구라도 볼 수 있는 크기이다. 시청을 중심으로 청계천 일대와 덕수궁 일대는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마음을 담아 글을 남긴 노란색 리본의 물결로 뒤덮였다. 

그 아래쪽으로 합동 분향소가 설치되었다. 제법 규모가 컸다. 어제 그제,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추모객의 발길이 이어졌다고 했다. 평일 점심 시간, 조문을 하기 위해 일부러 시청을 찾은 사람들과 근처의 직장인들로 역시 많은 추모객들이 줄을 서 있었다. 과연 얼마나 기다려야 할까?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꽤 오래 기다려야 할 것 같았던 줄은 불과 5분여 만에 줄어들었다. 그 이유는 직접 조문을 하며 알 수 있었다.

조문객들은 3줄로 서라는 안내를 받았다. 3줄로 일정 인원만큼씩 한번에 조문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국화꽃 한송이씩을 받아들고 가장 왼쪽 줄이 맨 앞줄이 되고 가장 오른쪽 줄이 맨 뒷줄이 된다는 설명을 들었다. "입장하십시오"라는 말을 들으며 입장을 하니, 설명대로 분향소 앞에 3줄로 선 모양새가 되었다.

"다같이 묵념합니다." "첫째줄 헌화하십시오" "둘째줄 헌화하십시오" "셋째줄 헌화하십시오" "정렬합니다" "희생자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드리겠습니다" "퇴장하겠습니다" 

지시에 따라 이뤄지는 조문은 2, 3분도 채 되지 않았다. 한번에 30여명이 훨씬 넘는 인원이 그렇게 빠져나가니 길어보였던 줄이 순식간에 줄어들었던 것이다.

그런데 조문을 마치고 나오는 기분이 내내 찜찜하였다. 왜 이런 식으로 조문을 하게 하는지 이유는 모르는 것이 아니었다. 사람이 많이 몰리면서 대기 시간이 길어지고, 질서가 어지러워질 수 있으니 적절한 통제는 필요하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통제'는 '조문'이 원활히 이루어지게끔 하기 위해 존재했어야 할 것이다. 분향소에 입장하기 전까지는 질서 유지를 위해 통제를 하더라도 분향소에서는 각자 자유롭게 조문할 수 있어야 한다. 천천히 희생자들을 떠올리고 묵념하고, 애도하고, 반성도 하는 것이 조문이다. 그저 국화 꽃을 놓고 잠시 고개를 숙이고 나가는 것은 형식에 불과하다.   

줄을 짧게 만들어 더 많은 사람들이 조문을 할 수 있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한다면, 당연한 말이다. 하지만 이번 세월호 사건을 겪으면서 우리는 우리 사회가 놓치고 있었던 여러가지에 대해 반성했다. 목적과 수단이 뒤바뀐 사회. 효율성만 강조되는 시스템. 그렇지만 그것들을 세월호 희생자들을 조문하는 순간에 또 다시 확인하고 만다. 


덧글

  • 로보 2014/04/29 16:38 #

    충분한 시간 여유를 줬어도 될듯하군요.
  • 미친공주 2014/04/29 18:14 #

    ^^;; 그렇더라고요 좀.
  • 사바욘의_단_울휀스 2014/04/29 16:40 #

    국가란 국민들을 보호하는 수단으로서만 존재할수 있는것인데

    그걸 모르는사람들이나 국가의 존재가 국민의 목적인줄아는사람이 좀 있죠.
  • 피그말리온 2014/04/29 16:43 #

    분향소에서는 분향만 하고, 그 다음에 따로 묵념을 하든 애도를 하든 반성을 하든 각자 원하는대로 하면 되는거겠죠. 굳이 그걸 분향소에서 다 해결할 필요는 없어보입니다.
  • 미친공주 2014/04/29 18:17 #

    분향소에서 하염없이 시간을 보낼 사람은 없을 겁니다.
    단지 그 모든 것이 군대처럼 통제하에 이뤄진다는 것이 .. 썩 유쾌하지 않더라고요.
  • 궁굼이 2014/04/29 16:56 #

    저건 뭐 어쩔수 없죠. 조문하러 일부러 시간내서 왔는데 못하고 가면 그건 그거대로 문제일테니깐요. 개인적으로는 저런데 가서만 애도를 표할 수 있나싶긴 하지만 자신은 저렇게 착하고 남의 아픔에 공감할 줄 아는 시민이라시는데 제가 뭐라고 할 건 없죠
  • 루나루아 2014/04/29 16:57 #

    조문을 위한 통제가 되어야 할텐데... 본말이 전도된 상황이군요..쩝...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나 씁쓸합니다.
  • Megane 2014/04/30 17:43 #

    형식이라고 생각하면 형식이겠지만, 분향소가 설치되었다는 것만으로도 문제 삼을 건 없어 보이는데 말이죠...
    저도 분향하고 왔습니다만... 서울광장에선 못하고... 다른데서...
    어쨋거나 마음으로 진정 위로하고 오셨다면 그걸로 만족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문제삼자면 사실 요즘 문제 삼을 게 한 두개가 아니니까요. 다른 분향소도 거의 마찬가지일 겁니다.
    저도 분향하고 오는데 얼마 안 걸렸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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