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차 부부의 여행이란 '위크엔드 인 파리' 조조할인

우리 부모님만 봐도 자식들 다 키워놓고 둘만 남은 중년 부부들의 일상이란 생각만큼 행복하지가 않다. 이유야 많을 것이다. 30년이면 서로 알만큼 아니 권태롭기도 할테고, 아이 키우랴 생활 하랴 누적된 피로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각자의 생활 패턴이 다르면 다를수록 둘만의 생활에 새로 적응하는 것도 스트레스가 된다.

30년차 부부의 여행이라고 해서 그리 다를 것도 없다. 절대 낭만적일 수 없는 여행이 아닐런지.. 그래서 '닉'과 '멕'의 여행 또한 그런 기대를 하고 봐서는 안된다. '위트엔드 인 파리' 이야기다.

** 스포일러 조금 있습니다.

남자친구랑 첫 여행을 갔을 때 비행기를 놓치는 대형 사건이 벌어졌었다. 기분이 좋을리는 없었지만 서로 화를 내지 않으려고 조심했고, 싸우지 않고 무난히 지나갔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 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아마도 우리는 서로를 조금 더 쉽게 비난할 수 있을 것 같다. 하물며 30년을 같이 산 부부에야 더 할말이 있을까.

30년만에 신혼여행지로 여행을 간 멕(린제이 던칸)과 닉(짐 브로드벤트). 시작부터 일이 꼬인다. 꾸질꾸질한 호텔. 돈 한푼에 전전긍긍하는 남편과 그런 남편을 아마도 30년을 보아왔을 아내. 아마도 여행지에 와서까지 그러는 남편이 지긋지긋했던 모양이다. 대화도 상의도 없이 아내는 비싼 호텔로 가버리고, 남편은 똥마려운 강아지마냥 안절부절 하면서 졸졸 따라가는 모양새다.

혹자는 그런다. 공주같았던 아내가 결혼하니 장군이 되어버렸다고.. 파리에서 낭만을 찾고 싶은 아내의 심정은 오죽할까마는, 낭만이라는 것은 미스테리에서 오는 법이다. 내가 상대방을 잘 모를 때 상상력을 부풀려 만드는 것이 낭만이라는 것을 이 영화는 여과없이 보여준다.

당당하고 멋있었으면 좋겠는 남편은 아내 껌딱지에 자식에게 절절, 돈에 절절 매는 찌질한 남자일 뿐이다. 여행지에서 새롭게 사랑하고 싶은 아내는 매번 자신을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쳐다보며 밀어내는 얼음덩어리이다. 이미 30년 동안 서로에게 익숙해져버린 그런 관계 속에서 동지적인 편안함은 있을지언정 낭만이 샘솟을리 없다.

그래서 이 여행은 왠지 위태롭다. 몹시 일상적이고 평탄해 보이지만, 그들의 대화 속에는 미묘한 앙금이 담겨있는 것 같다. 갑자기 툭툭 튀어나오는 과거의 일들이나 헤어지자는 폭탄 선언만 보면 그들이 왜 함께 여행을 왔을까 싶다. 그런데 뭔가 미묘하게 이 부부는 아직 서로를 사랑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영화를 보면 볼수록 이 부부의 관계는 뭘까 의아해지는 것이다. 여행지에까지 따라온 짙은 생활의 권태가 두 사람의 애정을 어두컴컴하게 보이지 않도록 덮어버린 느낌이랄까.

멕에게 필요한 건 강렬한 자극이다. 닉에게 필요한 건 멕의 애정이다. 두 사람의 갈등은 우연히 닉의 친구 모건을 만나고, 그가 초대한 파티에 가면서 수면 위로 불거진다.  

영화의 포스터에 써있는 문구처럼 자연스럽게 비포 시리즈가 떠오르는 영화다. 뭔가 사건이 벌어진다기보다 두 사람의 대화와 행동, 그 사이에서의 감정의 기복들로 느끼는 영화. 비포 시리즈를 쭉 본 사람이라면 아마 첫 영화에서 마지막 영화까지의 흐름이 낭만에서 점점 현실로 오는 느낌이었다는 걸 알 것이다. 이 영화는 그 다음의 가장 현실적인 민낯 같다. 그럼에도 곳곳에 담긴 조소어린 유머 덕분에 비포 시리즈보다는 살짝 유쾌하다.

낭만적인 사랑 이야기를 기대하는 사람은 관람불가. 나와 연인 혹은 남편의 미래가 어떨까 궁금한 사람은 살짝 엿봐도 좋을 영화다. 결혼 30년 후의 나는, 우리는 과연 어떨까...


덧글

  • 명탐정 호성 2014/07/02 16:59 #

    30년차 부부의 여행이란 '위크엔드 인 파리' 좋은 영화입니다.
  • 미친공주 2014/07/02 17:10 #

    ^_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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