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인정받고 싶어서 더욱 외롭다 'Her' 조조할인

왜 고교시절이 내게 가장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있을까를 돌이켜보면 '친구'라는 존재 때문이었던 것 같다. 고등학교 때는 무언가를 혼자 해본 기억이 거의 없다. 밥을 먹는 것도 바람을 쐬는 것도 주말에 학교 도서관에 나오는 것도 꼭 누군가와 함께였다. 다들 비슷한 동네에 살았으니 누군가가 보고 싶어지면 불러내면 그만이었고, 인생에 중요 순위를 매긴다면 1순위가 대부분 친구였었다.  

대학을 가고 사회에 나오고 나이를 먹으면서 혼자서 무언가를 해야할 일이 점점 많아졌다. 친구들의 주거지는 점점 멀어졌고, 막연히 누군가 보고 싶고 외로운 밤에 전화 한 통 할 곳도 점점 줄어 없어졌다. 대부분의 친구들의 1순위는 연인에서 남편, 아이로 바뀌었다. 결혼을 하고 아이와 부대끼며 사는 친구들도 이따금 외롭기는 하겠지만, 상대적으로 시간적인 여유가 많은 싱글이 더 외로움을 타는 것 같다. 그래서 나에게도 '그녀(Her) 혹은 그'가 필요하다.

*** 스포일러 있습니다.

포스터에서 느껴지는 눈빛 하나만으로도 보고 싶었던 영화가 바로 'Her'였다. 포스터 속의 남자는 눈빛으로 '나 참 외롭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듯 하다. 그리고 역시나 영화를 보고 난 후, 나는 몇 배나 더 외로운 기분이 들었다.

오래 전에 인간은 왜 항상 외로운 것일까 심각하게 고민했던 적이 있었다. 그 원인을 찾아보니 인간관계에 대한 절망 때문이었던 것 같다. 어린날에는 친구에 미쳐있을 때면 친구와, 연인에게 미쳐있을 때면 연인과 모든 것을 함께 할 수 있을 거라는 착각을 했었다. 어떤 관계든 처음에는 그렇게 보인다. 서로에게 최대한 맞춰주고 서로를 알기 위해 엄청난 관심을 기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상대방과 나의 차이점은 극명해지고, 서로를 알만큼 안 후에는 관심의 깊이도 얕아진다. 몇번의 경험을 통해 어느 누구도 마치 나인 것처럼 나의 아픔이나 고통을 온전하게 알아주지는 못한다는 것을 알게되면서 인간이 왜 외로운지를 깨닫게 되었다.  

그러나 만일 '테오도르'의 그녀(사만다)같은 '그'가 실제로 등장한다면 나는 또 금새 빠져들 것 같다. 내가 가고 싶은 곳에 함께 가준다. 내가 이야기하고 싶을 때 언제라도 함께 대화를 할 수 있다. 나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나의 모든 것을 공유할 수 있는 존재. 오로지 나에 대한 관심과 나에 대한 감정으로만 가득한 '누군가'에 대해 어떤 인간인들 흔들리지 않을 수 있을까.  

현재의 나를 인정해주고 사랑해주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곱씹어본다. 연인도, 남편도, 아내도, 부모자식도, 친구들도 나를 인정해주지 않는다면 내가 존재해야 할 이유를 잃는다. 세상에서 단 한 명이라도 내가 특별하다고 여겨준다면 쉽게 세상을 등질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연인이 있는 사람도 바람을 피고 결혼한 사람도 불륜을 저지르는 걸 거다. '왕년에' 잘나갔던 사람일수록 현재가 더 외로운 법이다. 

특별해지고 싶다. 그리고 누군가가 나를 특별하게 생각해준다. 소통이 되지 않는 인간보다 소통이 되는 OS가 백만배 낫다. 그러나 그것 역시도 너와 나, 둘만의 것이어야 할 것이다. 

영화를 보면 더욱 외로워지지만, 한편으로는 모두다 외롭다는 생각에 위안을 받게 되는 영화. 그리고 나만의 '사만다'가 더욱 간절해지는 영화 'Her'이다.

Ps: 스칼렌 요한슨의 목소리가 정말 섹시하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한 영화. 게다가 테오도르 역의 호아킨 피닉스는 안경과 콧수염만으로 대변신! 세상에 둘도 없는 비굴한 악당이 외로움이 짙게 묻어나는 남자로 보이다니 놀랍다.  


덧글

  • Megane 2014/07/23 16:48 #

    목소리만 나오는 요한슨이라니... 뭐 인공지능 역이라 그렇긴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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