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중 사진 촬영, 무대 난입 대환영 '말괄량이 길들이기' 잡담

대학로 소극장에서 공연을 보다보면 별의 별 공연을 다 만나게 된다. 어떤 연극은 관객에게 욕설을 하기도 하고, 어떤 연극은 추첨으로 선물을 주기도 하고, 어떤 연극은 관객을 불러내 무대 소품을 옮기게 시키기도 한다. 앞자리의 관객과 대화를 하는 일도 종종 벌어진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한번에 다 하는 연극은 처음이다. 바로 '말괄량이 길들이기'이다.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셰익스피어 5대 희극 중 하나다. 하지만 '말괄량이 여자를 말 잘듣는 여자로 길들이기'라니 현대극으로 바꿨을 때 전혀 공감을 받지 못할만한 내용이다. 그래서 대체 어떻게 각색했을까 하는 궁금증에 응모를 하였는데, 내가 기대했던 방향과는 전혀 다른 연극을 만날 수 있었다. 스토리가 중심이라기보다 관객의 참여가 중심이 되는 연극. 그래서 재미있을 수도, 재미없을 수도 있는 복불복 연극. 누군가는 '쌩얼'같은 연극이라고 하는데, 그 표현이 딱이다.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다르게 놀자'라는 마로니에 뒷편의 작은 소극장에서 몇 년째 공연 중인 연극이다. 수많은 배우들이 이 연극을 거쳐가지 않았을까 미루어 짐작해볼 수 있다.

좌석도 지정좌석이 아닌 자유석. 자유석 치고는 많이 불편한 좌석은 아니다. 이 연극을 제대로 즐기고 싶으면 가능한 앞좌석이나 복도쪽 좌석을 이용할 것. 언제고 연극에 참가할 수 있는 가능성이 아주 높다.

이 연극은 'SPECACTOR'를 내세우는 연극이다. 관객이 극의 일부가 되고 배우가 된다. 앞자리의 관객이 주목받는 일은 흔하고, 무대 위로 불려나오는 건 다반사. 위의 사진은 관객들이 앞에 나가 배우들의 결혼식 의상을 꾸며준 장면이다. 그리고 하객으로 사진 촬영까지. 물론 공연 중 사진촬영 대 환영이란다.

조명도 음향도 없다. 조명이 없어 관객석이 너무 환해서 내가 쌩얼이 된 기분이 들고, 음향은 배우들이 입을 모아 소리로 표현해낸다. 연극의 구성이나 진행, 연기, 처음 만난 관객과의 호흡까지 모두 서툰 느낌이 드는 연극. 하지만 유려한 연기와 연출이 있는 연극과 아예 상반된 모습을 보여주니 분명히 개성은 드러난다.

확실히 이 연극은 재미있거나, 재미없거나이다. 무대 앞에 나설 용기가 있다면, 그리고 그 순간을 즐길 마음의 준비를 하고 간다면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는 연극이다. 이런 마음으로 찾아온 관객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연극은 더 풍성해지고 재미있어질 것이다. 관객의 대답과 호응에 따라 대박을 치는 날도 있을 것이다.

상대적으로 부끄러움이 많고 참여를 싫어하는 관객이 많은 날에는 아무리 남자 배우들 6명이서 으쌰으쌰 하는 에너지가 있더라도 썩 재미있지 못할 것이다. 썰렁하고자 하면 더 없이 썰렁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연극이기도 하다. 내가 관람했던 날은 관객들이 썩 유쾌발랄하지 않았다. 덕분에 손발이 몇번 오그라드는 느낌은 들었지만.. 기왕 대학로 소극장 연극을 볼 셈이라면 적극적인 마음으로 참여해보는 게 어떨가?

극의 흐름이나 스토리를 '관람'하는 자세로는 비추천, 극에 참여하고 싶은 적극성을 가진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연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