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에서 개인의 삶이 가지는 의미 '버틀러:대통령의 집사' 조조할인

역사라는 거대한 물줄기 속에서 개개인의 삶은 무시되기 마련이다. 역사의 흐름을 바꿀 정도의 영웅이 아니면 기억되지 않는다. 그렇다 해서 개인의 삶이 그저 개인의 삶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개인의 삶이 흘러가는 방향은 역사의 흐름 안에 있고, 또 그 흐름을 바꾸어놓는 것도 개개인의 삶일테니까.. 그래서 나는 모두가 기억하는 '영웅'의 삶보다는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어떤 개인의 삶을 들여다 보는 영화를 더 좋아한다.

그런 면에서 '버틀러: 대통령의 집사'는 매우 흡족한 영화였다. 미국 역사 속에 드리워진 가장 큰 오점인 '인종차별'을 그려냈지만, 한 개인의 인생을 통해 들여다보기 때문에 노골적이지 않고, 더불어 묵직한 울림까지 있었다. 그렇다고 흥미롭지 않은 내용도 아니고, 소재도 신선했기 때문에 꽤 재미있게 봤다.

*** 스포일러 조금 많이 있습니다.

이 영화는 백악관에서 실제로 8명의 대통령을 모셨던 버틀러(대통령의 집사) '유진 앨런'의 삶을 소재로 하고 있다. 물론 영화 속 모든 내용이 실화인 건 아니지만, 실제로 존재하는 인물과 직업을 통해 8명의 대통령과 그에 따른 시대의 변화들.. 그 속에서 보여지는 인종차별의 역사까지 드러낸다.

그렇지만 이 영화는 인종차별에 대한 적극적인 투쟁 영화가 아니다. 미국 남부 목화밭에서 노예 생활을 하던 부모 밑에서 태어난 세실 게인즈. 운이 좋게도 '검둥이 하인'이 되는 법을 배운 그는, 호텔에서 일을 하다가 백악관에까지 들어가게 된다. 당시의 흑인 치고는 풍족한 삶은 누리게 되었지만 백악관에 올인한 그의 삶에 아내는 외로와하고, 그의 아들은 흑인 인권 운동에 뛰어들며 소통의 단절을 느끼게 된다.

세실과 아내와의 관계, 세실과 아들과의 관계는 단순히 흑인과 인종차별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일반적인 부부와 부자지간에 겪을 수 있는 갈등의 형태이기에 낯설지 않고 친숙하다. 그저 한 개인의 이야기일 뿐이다. 그럼에도 그가 흑인이고 백악관의 집사로 있었다는 이유 때문에, 그의 가정사를 통해 거대한 역사의 흐름을 엿볼 수가 있다. 그리고 아들이 아버지를, 아버지가 아들을 이해하는 관계 속에서 이런 개개인이 또한 역사를 바꾸었구나 하는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실존 인물인 유진 앨런은 1952년 백악관에 들어가 1986년 퇴직할 때까지 8명의 대통령을 보좌한 집사였고, 지난 2010년 90세의 나이로 사망했다고 한다. 퇴직후 방송 출연이나 자서전 제안이 쏟아졌지만 응하지 않았고, 언제 어디서나 집사의 본분을 다 해야 한다고 믿었던 사명감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이 영화가 주는 쏠쏠한 재미 중 하나는 바로 실제 대통령과 배우들의 싱크로율을 비교해보는 것이다. 어제 부고로 많은 사람들을 충격에 빠트렸던 로빈 윌리암스를 포함해 여러 유명 배우들이 대통령 역할을 맡아 열연했다.
또한 버틀러 세실 게인즈의 아내역에는 오프라 윈프리가, 세실 게인즈의 엄마 역할에는 머라이어 캐리가 등장했다. 세실 게인즈의 엄마는 워낙 짧게 나와 머라이어 캐리인지도 몰랐을 정도. 오프라 윈프리는 최고의 토크쇼 진행자로 알려져 있지만, 이 영화 속에서는 정말 다른 배우가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훌륭한 연기를 보여줬다.  

만일 내가 미국인이고, 미국의 대통령에 대해 더 친숙하고, 미국의 역사를 잘 알고 있었다면 더 큰 감동을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정보가 없다고 해도 영화를 보는 중간에 마틴루터 킹의 대사를 들으면, 마음 속에 강한 울림을 느낄 수가 있다. 

"흑인 버틀러는 인종적 고정관념에 반항하는 것이라네. 근면과 성실로 말이야. 그들은 백인들의 편견과 차별을 강한 직업윤리와 품위있는 행동으로 허물어 버린 것이라네


덧글

  • Megane 2014/08/13 17:50 #

    아~ 찐한 감동이 밀려오던... 영화는 이런 것이다.를 아주 명쾌하게 제시했죠.
    저는 보고 나서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더라구요. 미국 대통령들이야... 특히 존쿠삭!! 존슨 대통령역은 진짜 아무 생각없이 뽑았구나~라고는 생각했습니다만 ㅋㅋㅋㅋㅋㅋㅋ(제일 안 닮았어)
    그리고 로빈 윌리엄스씨가 나온 영화이기도 해서 더 기억에 남는 것 같습니다.
  • 미친공주 2014/08/14 09:49 #

    ㅎㅎ 존쿠삭.. 느낌있던데요 왜.. ㅋㅋㅋ

    괜찮은 영화였습니다 ㅎㅎ
  • Megane 2014/08/14 17:53 #

    존 쿠삭이 안 좋다는 건 아닙니다. 저도 존 쿠삭 좋아하거든요...
    연기력도 좋구요.
    그런데, 대통령 중 제일 안 닮은 거 같은지라...ㅋㅋㅋㅋㅋ
  • 미친공주 2014/08/14 18:18 #

    저렇게 생긴 사람을 찾기 어려웟거나.. 배우들도 썩 좋아라 안했을지도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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