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한달 후 예매율 1위, 왜 '비긴 어게인'인가? 조조할인

처음 개봉 당시부터 입소문은 들려왔다. 그러나 8월 중순 개봉 당시에는 볼만한 대작 영화들이 쏟아지는 타이밍이었고, 음악 영화라는 이야기에 그동안 보아왔던 음악 영화와 비슷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대작 영화에 묻혀 금방 상영관이 없어질 거라 지레짐작했었던 것도 있다. 그런데 개봉한지 한달이 지난 지금, 다른 대작 영화들이 사라진 후에도 꿋꿋이 상영하고 있는 이 영화. 아니 오히려 상영관이 늘어나고 예매율은 1위를 달리고 있다. 왜일까 궁금해서 지난 주말 영화를 봤는데, 이럴수가. 최근에 본 영화 중에서 만족도가 가장 높았다. 바로 '비긴 어게인'이다.

** 스포일러 조금 있습니다.  

비긴 어게인, 부제는 Can a Song Save Your Life?이다. 포스터나 부제에서 느껴지듯이 음악을 중심으로 인생을 그려내는 음악 영화다. 키이라 나이틀리와 마크 러팔로처럼 잘 알려진 친숙한 배우들이 출연하고 마룬5 보컬인 애덤 리바인도 출연한다. 의외라면 키이라 나이틀리의 목소리. 노래와 캐릭터 성격과 잘 어울리는 청아하면서 꾸밈없는 보컬이 음악을 살린다.

스토리는 단순하다. 갑자기 스타가 되어버린 남자친구 '데이브(애덤 리바인)'와 이별한 싱어송 라이터 '그레타(키이라 나이들리)'와 한때 스타 음반 프로듀서였지만 망가진 인생을 살고 있는 '댄(마크 러팔로)'의 만남. 두 사람은 서로에게서 영감을 얻으며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음악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무래도 음악이 아닐까. 비긴 어게인에 등장하는 음악들은 아름답고 귀에 꽂힌다. 멜로디 뿐 아니라 가사에 담고 있는 메세지들도 그렇다.
중간중간 광고가 나오는 것이 거슬리지만.. 비긴 어게인의 OST 모음이다. ->
So you find yourself at this subway
When your world in a bag by your side
And all at once it seemed like a good way
You realized its the end of your life
For what it's worth
첫 장면에 등장하는 노래 'A step you can't take back'의 첫마디에서 삶에 지친 직장인의 모습을 떠올려진다. 인생의 모든 것이 담긴 가방을 옆에 끼고 전철에 흔들리고 있는 삶을 살고 있는 내 자신을 문득 깨닫는.

God, tell us the reason youth is wasted on the young
Its hunting season and the lambs are on the run Searching for meaning
But are we all lost star, trying to light up the dark?

주제곡 격인 'Lost stars'의 한부분. 왜 어릴 때는 젊음을 낭비하는지, 의미를 찾기 위한 시간인 건지.. 우리는 모두 어둠을 밝히려고 노력하는 길잃은 별이 맞는지. 

그 외에도 가슴에 팍팍 꽂히는 가사가 많은 아름다운 노래가 단연 이 영화의 미덕.

스토리만 보자면 음악의 순수성과 상업성에 대한 고민, 더불어 소통이 끊긴 사람들이 음악을 통해 서로를 공감하는.. 충분히 예측 가능한 이야기이다. 그런데 그 이야기를 그려내는 부분에 있어서 통쾌함이나 감동이 느껴지게 연출된 부분들이 많다. 댄과 그레타의 첫 만남에서 풍성해지는 음악을 그려내는 부분들. 스텝들이 서로의 호흡을 맞추어 나가는 야외 공연에서 느껴지는 희열. 마지막 장면에서의 그레타의 선택까지.. 선명하게 머리에 남는 몇몇 장면들. 역시 평범한 이야기도 어떻게 표현하고 만들어 나가느냐에 따라 새롭게 다가오는 것 같다.

나에게 또 하나의 인상적인 장면을 꼽으라면.. 누군가와 함께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에 BGM을 깔고 바라보는 장면. 어떤 음악을 들으며 세상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세상은 조금 더 다르게 보일 것이다. 물론 그 순간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더 좋겠고.

늘 이어폰을 귀에 꽂고 살지만, 이제는 음악을 선택하는 것이 가벼워지고 성의 없어졌다. 오래전 CD 한장을 고민고민해서 사들고 100번이고 1000번이고 돌려 들었던 기억이 떠오르면서. 외로운 타지의 절벽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들었던 안드레아 보첼리의 노래. 어떤 음악을 들으면 딱 떠오르는 추억이 점점 사라져 가는 것은, 내가 어른이 된 탓인지 음악이 가벼워진 탓인지..

개봉 한달이 지난 시점에서 왜 이 영화냐고 묻는다면,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먼저 선선해진 가을에 잘 어울리는 낭만이 담긴 영화라서. 그리고 지난 여름 내내 기대치에 비해 완성도가 낮았던 대작들에 시달렸던 후유증을 타파하기 위해. 음악과 아날로그에 대한 향수를 건드려 마음에 위로가 되는 영화이고.. 이 영화 또한 일종의 판타지이지만, 내 삶에도 비슷한 기적이 올 것만 같은 용기를 주는 느낌도 있다.

최근에 봤던 영화 중에서는 가장 마음에 들었던, 그리고 주변 친구들에게도 보라고 이야기해주고 싶은 '비긴 어게인'이다.

ps: 영화를 보고 OST를 듣고 나서야 은근히 카페에서도 이 음악들이 많이 흘러나오는구나를 뒤늦게 깨닫는.


덧글

  • 450 2014/09/23 19:21 #

    족구왕도 보세요 대박 추천
  • 미친공주 2014/09/24 09:11 #

    족구왕.....?
  • Edmond 2014/09/23 22:43 #

    제 지인도 이 영화 추천해주던걸요. 오늘 이렇게 잘 정리된 포스팅을 보니 저도 보러가야겠어요^^
  • 미친공주 2014/09/24 09:12 #

    기분좋게 영화관을 나올수 있어 좋아요 ㅋ
  • A3 2014/09/23 23:02 #

    음반을 소장했던 시절과는 다르게. (제겐 2005년이 음악을 소장하던 마지막 시기였어요.)
    자유롭게 플레이어에 담고 다닐 수 있어서 더 많은 음악들을 들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애덤 르빈을 VOICE UK에서 처음 보았고. 마룬 파이브의 곡도 처음 들었어요.
    아직 이 영화를 보진 않았는데. 음악이 좋다니. 한번 봐야겠네요. 좋은 리뷰 잘 봤습니다. :^)
  • 미친공주 2014/09/24 09:13 #

    ^_^ 전 마룬 파이브 노래는 많이 들었는데 애덤 리바인 이렇게 생겻는 줄 첨 알았다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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