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연애사는 어떠십니까? '연애의 발견' TV이야기

어릴 때는 상대방의 과거사가 참 싫었다. 누군가를 사귀었던 경험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되면 그 사람과는 어땠을까에 대해 수많은 상상을 하곤 했다. 과거의 연인과의 스킨십은 어디까지 갔을까, 나랑 비교는 하지 않을까.. 돌이켜 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들에 집착하게 되는 것. 그것이 연애의 서투른 시작 단계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나에게 연애를 해보지 않은 사람을 만나라고 한다면 불편할 것 같다. 나름 연애의 산전수전을 겪어본 나로써는 브레이크 없는 차 같은, 변화 없는 직구 같은 느낌의 연애 초보자가 버겁다. 이따금 브레이크를 밟아줘야 제대로 운전을 할 수 있듯, 변화구와 직구를 섞어줘야 경기에서 승리하듯, 연애에도 그런 것들이 필요하고 그런 것들은 또 다른 연애의 경험에서만 비롯된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적당한 연애 횟수의 수치란 그 누구도 정할 수 없는 거겠지만, 최소한 두 번 정도는 크게 연애에서 디어봐야 감이라도 오지 싶다. 한번은 내가 누군가를 미친듯이 좋아해 본 연애의 결말로, 또 한번은 누군가가 나를 미친듯이 좋아해 본 연애의 결말로. 물론 한 사람과 만나는 기간이 길어지면 위의 두 상황을 모두 겪게 되기도 하겠지만.. 저 반대의 상황에서 내 자신이 얼마나 다른 사람이 되어버리는지를 깨닫고 나면 조금은 완급 조절을 하게 되지 싶다. 

요즘 우스갯말로 '잠자고 있는 연애 세포를 깨운다'는 말을 하는데, 정말로 인체 세포 어딘가에는 연애 세포가 존재하는 것 같고, 오랫동안 쓰지 않으면 혹은 나이를 먹으면 뇌세포가 줄어들 듯이 줄어드는 느낌이다. 아마도 연애 세포가 활발하게 증식하는 시기에 이 드라마를 봤으면, 조금 더 빠져들었겠지. 

많은 드라마에서 연애를 다루고, 그 연애의 결말을 보여주지만 이 '연애의 발견'은 결말보다는 과정이 더 중요하게 그려지는 드라마이다. 실제로의 연애가 그렇듯이. 연애의 결말이란 두 가지 뿐이다. 이별 혹은 결혼. 어떤 연애를 할 때, 헤어지느냐 결혼하느냐가 중요할까? 우리는 결혼이 동화 속 해피엔딩이 아니라는 걸 이미 안다. 사실 우리의 삶에 영향을 주는 건 그 연애의 치열한 과정들일 것이다. 그래서 어제 종영한 이 드라마의 주인공이 결국 누구를 선택하느냐는 중요한 부분은 아니었다.

처음 시작부터 KBS에서 이런 케이블 드라마 느낌이 물씬 풍기는 드라마를 방영한다는 것부터가 놀라웠고, 역시 방영 내내 한자릿수 시청률을 벗어나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기억에 남기고 싶은 드라마임에는 분명하다. 뭔가 한 번의 치열한 연애를 간접적으로나마 겪고 끝낸 느낌이 들어서다.

수많은 드라마들처럼 이 드라마도 삼각 관계를 다루지만, 그 안에서의 섬세한 디테일과 대사들은 충분히 공감이 간다. 과거 강태하(에릭)와의 연애를 발판 삼아 남하진(성준)과의 연애를 하는 한여름(정유미)의 모습은 대부분의 2~30대 여자들이 충분히 경험했던 일들이다. 그리고 과거의 연인과의 갑작스러운 재회가 현재의 연애에 영향을 준다는 건, 현재의 연애가 그만큼 단단하지 않다는 이야기이다.

흔들리는 마음을 인정하고, 그럼에도 현재의 연애를 지키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스스로를 '나쁜년'이라고 칭하는 것. 또 이 경험들로 주인공 모두가 조금씩 성숙해지는 것을 보여주는 드라마. 그것이 '연애의 발견'을 수많은 삼각관계 이야기와는 조금은 다른 드라마로 만들었다. 

tvN에서 방영된 '로맨스가 필요해' 시즌 때부터 느꼈던 거지만, 정현정 작가는 연애를 정말 제대로 해 본 사람이지 싶다. '로맨스가 필요해' 시즌은 연애세포를 마구마구 깨우는 판타지에 가까운 드라마들이었는데, 이번 '연애의 발견'은 그런 설렘보다는 조금 현실에 발을 내린 드라마 같은 느낌. (그럼에도 기혼자들이 보면 이마저도 판타지라고 하겠지....?)

더불어 오래된 내 연애의 과정 속 내 모습을 다시 들여다 보게 되었다고나 할까? 연애 중인 사람들, 연애가 끝난 사람들, 연애를 모르겠는 사람들이 시청하기 좋은 드라마로 추천. 종영 후 추천이라니, 뒷북이긴 하지만. 연애를 그만둔지 오래된 기혼자의 감성으로는 재미가 있을지 어떨지는 모르겠다.  


"너랑 만날 땐 사랑이 감정의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헤어지고
나서  생각해 보니까 의지의 문제 였어.

 내가 이 사람을 얼마나 좋아하느냐가 아니라,이
사랑을 얼마나  지키고 싶은 의지가 있느냐의 문제"


"그들은 싸우고, 토라지고, 오해하고, 의심하고, 실망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하려고 함께 노력했습니다."라는 결말.

나도 그런 결말을 맺을 수 있을까...? 

ps: 서브 커플도 메인 만큼이나 사랑스러웠던.. 특히 윤솔(김슬기)의 상대역 도준호(윤현민)씨, 마녀의 연애 때부터 시선이 갔는데 앞으로가 기대되는 배우다.


덧글

  • Megane 2014/10/08 20:32 #

    요즘 저도 즐겨보고 있는데 말이죠... 진짜 은근한 재미들이랑 적절한 밀당... 게다가 엉뚱한 발랄함과 괴랄한 츤데레 기질까지..ㅋㅋㅋ
    게다가 한쪽만이 아니라 양방향 츤데레라는 신기원을~ ㅋㅋㅋ
    저는 고등학교 졸업한 후에 연애세포가 죽은 거 같긴 합니다. 아직도 그 녀석을 못 놓는 걸 보면... 참 나도 성질 가지가지한다. 싶어요.
    잊은 것 같다가도 강제로 단절되어 버린 탓인지... 조금만 우울해지면 스멀거리며 기어나오는 감정을 주체를 못하겠습니다.
    가을이라서 그런 거 같기도 하고...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첫 회 보고나서 꼭 챙겨보게 되더군요. 그리고 조금은 힐링이 되는... 이미 종영은 했지만 다시 해 줬으면 싶기도... 아마 어디선가 재방송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말이죠. 최근에 케이블TV를 끊어버려서 애니도 못 챙겨보는 중이긴 합니다만... 공중파니까 재방송 해주면 꼭 다시 보고 싶은 드라마.
  • 미친공주 2014/10/10 09:21 #

    연애세포의 부활을 기원합니다 ㅋ ^____^
  • Megane 2014/10/10 14:47 #

    앗, 여기서 이렇게 위로를... 감사합니다. 저도 연애세포가 살아나길 기원하며 아자아자!!
  • 2014/10/09 12:06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4/10/10 09:21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4/10/09 15:47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4/10/10 09:21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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