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 아일랜드, 망망대해에서 조난을 당하다! 바다 갈증

말라파스쿠아에 도착한 첫 다이빙. 보통 첫 다이빙은 체크 다이빙이라고 해서 비교적 얕은 수심에서 잊어버린 다이빙 스킬을 되새김질 하는 코스로 간다. 말라파스쿠아 섬에서 배로 약 3~40분 정도 걸리는 초콜릿 아일랜드는 수심도 낮고 볼거리도 많은 적합한 포인트. 그러나 그 포인트에서 설마 조난을 당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첫 다이빙을 떠나는 길. 두근두근 설렘설렘.
배는 3~40여분간을 달려 조그마한 초콜릿 아일랜드에 도착했다.
필리핀 마스터 JR의 코스 설명이 이어지고.. 우리는 어드밴스 교육 때문에 따로 초빙한 한국 강사분을 따라 다이빙을 하게 되었다.
바다에 입수하자마자 물고기들의 사체가.. 다이너마이트 피슁의 흔적인지 어쩐지는 모르지만 썩 유쾌하지 않은 예감이 들었고, 그것은 곧 현실로 닥쳐왔다. 필리핀 강사의 설명으로는 섬을 왼팔에 두고 돌으라고 했는데, 우리는 왜.. 오른팔에 두고 돌고 있는거지???
그리고는 곧 조류를 만났고, 조류를 거슬러가기 힘들었던 우리는 점차 조류에 쓸려 황량한 바다로 떠내려갔다.
원래 이런 산호밭이 초콜릿 아일랜드의 풍경이건만.. 뭔가 계속 황량한 바다가 이어지고..
조류의 흐름이 여실히 느껴지는 말미잘.
대신 평소에 보지 못했던 예쁜 산호들이 눈에 띄었다. 마치 모래바닥에 꽂아놓은 깃털같은 느낌.  
알고보니 깃털펜을 닯았다고 해서 Sea Pen(바다조름)이라고 불리는 산호라고 한다.  
황량한 바다 속에서도 예쁜 볼거리를 찾으면서 조류를 따라 흘러흘러가다보니..
별안간 등장한 물뱀(saddled snake eel)! 맹독인 바다독사(sea krait)인 줄 알고 바짝 긴장한 상태로 지나가는데 뒤이어 또 한마리의 뱀이. 

이 녀석의 이름은 알 수 없지만 외양만 보면 영락없는 뱀이다. 이름을 아시는 분 제보를!!
황량한 바다에 뱀들만 튀어나오니 왠지 으스스한 기분이 더해진다. 하지만 강사와 함께니까 괜찮겠지..라는 생각은 오산?!

잠시 후 수면 밖으로 나온 우리. 어라? 섬이 너무너무 멀리에 떨어져 있는 것이다. 도저히 헤엄쳐서 배까지 갈 수는 없을 것 같고.. 배가 우리를 발견하기를 기다릴 수 밖에.. 너무 안나오면 어쨌든 찾을 테니까. 그러나 우리는 파도에 휩쓸려 점점 더 섬과 멀어지고 있었다. 처음에는 배가 찾겠거니 여유만만 물에 떠있던 우리는 조금씩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물에 30여분 떠 있었을까.

마치 동아줄처럼 저 멀리에 작은 쪽배가 보였다. 경황이 없어 미쳐 사진을 찍지 못했지만, 이런 작은 쪽배를 타고 낚시를 하고 있는 필리핀 어부 아저씨. "헬프미!!" 손을 흔들고 바둥거리자 이쪽으로 조금씩 다가오는 배. 현지 어부인지라 영어 한마디 통하지 않았지만, 망망대해에서 어쩐지 작은 쪽배라도 있다는 것에 안도감이 확 밀려왔다.

그러나 사람 하나 간신히 탈만한 이 작은 배에 4명 모두 탈 수는 없었기에.. 그냥 배에 장비를 벗어놓고 두 사람은 간신히 배에 올라 핀을 흔들고, 두 사람은 배 양쪽 날개에 대롱대롱 매달린 채로.. 한 10여분의 사투를 더한 끝에 마침내 우리 배가 우리를 찾아왔다. 우리 배에 있던 스탭들은 설마 우리가 이렇게 망망대해로 흘러왔을거라는 상상도 못하고 섬 주변을 뱅글뱅글 돌면서 우리를 찾고 있었다고..

강사도 평생 다이빙 하면서 어부배에 구조되기는 처음이라고 하고.. 커뮤니케이션 문제로 인한 일종의 특수 상황이었던 것이다. 말라파스쿠아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평생 잊을 수 없는 경험을 한 셈이 되었다. 물론 벌써 조난 경험이 두번째인 나는, 첫번째 조난 때보다는 사뭇 여유로운 마음이었달까...

물론 그 어부 아저씨를 만나지 못했더라면 조금 더 무서웠을 것 같고, 우리 배가 우리를 쉽게 찾지도 못했을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면 식겁할만한 일이지만, 그럼에도 무사히(?) 돌아왔으니까.. 경황이 없어 그 어부 아저씨에게 그 어떤 감사의 표시도 못하고 "살라맛뽀"를 외치며 손만 흔들어줄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 아쉽다.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그 아저씨의 친절에 필리핀이 조금 더 좋아졌다는.. 

그리고 숨돌리기가 무섭게 초콜릿 아일랜드에서의 두번째 다이빙을 고고!


덧글

  • 2014/11/17 21:02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4/11/18 09:19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Megane 2014/11/18 14:12 #

    으엑~
    천만다행입니다.
    강사를 때려줍시다!! 아 진짜 공주님 포스팅 못 볼 뻔 했네...
    바다뱀!! 으헐헣핡핧....
  • 미친공주 2014/11/18 15:00 #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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