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보다 더 가족같은 남이라면 '해피 앤 파파' 잡담

흔히 대학로 연극들을 보면 스토리는 진부한데 멀티맨의 깨알 연기 때문에 빵빵 터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런데 '해피 앤 파파'는 반대로 스토리는 신선한데 멀티맨이 썩 재미가 없는 독특한 경우였다. 하지만 신선한 스토리 속에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훈훈한 연극이었다. 가족끼리 보아도 괜찮겠다 싶을 만큼..

** 스포일러 많습니다. 연극보실 분은 읽지마세요~

기러기 아빠 신세로 아내와 딸을 타국에 보내고 외롭게 살아가던 카피라이터 '신조류(김준혁)'씨. 역할 대행 서비스업체와 카피 도용건으로 통화를 하다가 졸지에 아내와 딸 역할 대행 서비스를 받게 되었는데.. 문제 많은 딸 신애(김혜린)와 아내 봉아줌마(심소영). 그러나 어느새 이들과 조금씩 정이 들어가고 서로의 사연을 알게 되면서 가족보다 더 가족같은 끈끈한 정으로 뭉치게 된다.

역할 대행 서비스라.. 사람도 사고팔 수 있는 세상이다. 역할 대행 서비스는 주로 결혼식을 연출하기 위해서, 혹은 애인대행처럼 외로움을 달래는 용도로 이용한다고 들었다. 역할 대행 서비스를 이용해본 이야기를 얼핏 들었는데, 애인대행 같은 경우 정말 상대방을 내 애인인양 착각해 빠져들게 된다고 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사람은 어떤 환경이나 역할이 주어지면 그에 맞게 변하게 되는 것 같다. 누구의 딸이었다가 누구의 아내였다가 누구의 엄마가 되는 인생인 것이다. 어느 누구도 처음부터 부모로 태어나지 않았지만 부모 역할을 맡게 되는 순간, 그 역할에 맞게 내가 변하고 마는 것이다.   

막상 피를 나눈 자기 가족과는 추억도 없고 남처럼 데면데면한 사이였던 그가, 생판 남인 역할대행 아내와 딸에게 빠져드는 모습은 충분히 공감이 가고도 남는다. 참 외로운 세상이다. 이 외로운 세상에서 나를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누구던 마음이 움직이고 말 터였다. 완고했던 조류씨가 문제많은 딸과 아내에게 조금씩 빠져들게 되는 모습은 관객들을 충분히 설득하고 남음이 있었다. 그건 이 이야기가 마냥 허황된 이야기만은 아닌 현실 탓일 것이다.

가족이 있지만 각자 가족으로써의 역할을 다 하고 있는지. 경제적인 이유로 뿔뿔히 흩어져 살게 된 요즘 가족들의 모습을 보면, 가족이라는 말이 무색할만큼 씁쓸하기만 하다. 그리고 그 남겨진 개인개인은 얼마나 또 외로운지.

코믹과 정극을 어설프게 넘나드는 아쉬움도 있지만, 이 연극의 최대의 단점이라면 결말이 아닐까. 이 새로운 가족에게 실컷 감정이입이 된 상태에서 신조류씨가 가족과 재회하는 결말은 왠지 꺼림찍한 느낌이 아닐수 없었다. 그럼 봉아줌마는? 신애는? 가족 코미디를 표방하고 있으니 기존의 가족을 깨트릴 수 없었겠지만, 왠지 묘한 배신감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해피 앤 파파'공연이 상영되고 있는 달빛 극장은 뒷골목에서는 찾아갈 수 없는 구조로 대학로 큰 대로변에서 골목길로 들어가야 하는 곳이다. 와인포차 문샤인과 함께 있으니, 연극을 보기 전후에 들르는 것도 좋을 듯. 

070.8873.9202 / 서울특별시 종로구 명륜4가 26/ 대학로 133-6